패션업체들, 올해 관심사는 골프vs테니스

휠라 광화문서 테니스 축제 열고
코오롱, 헤드 리론칭해 테니스에 방점
테니스 인기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골프웨어 시장 골린이 빠졌지만
메종키츠네, 캐주얼 골프웨어 내놔

스포츠에 관심 있는 패션업체들이 최근 사업 확장 영역으로 골프와 테니스를 눈여겨 보고 있다. 다만 골프패션은 엔데믹 전환으로 골린이(골프+어린이)들이 이탈하며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최근 패션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테니스는 유행이 얼마나 갈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은 지난해 지포어·왁 등으로 골프웨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 올해는 3년만에 스포츠 브랜드 헤드(HEAD)를 리론칭하며 테니스 시장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삼성동에 연 브랜드 체험공간 ‘빛의 코트’에는 첫날 1000여명이 넘게 방문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테니스 의상을 힙하게 입는 분들이 많고, 사진도 잘 나오다 보니 테니스 패션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테니스가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 헤드에게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헤드는 지포어와 달리 고급화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테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규모에 방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스포츠 브랜드 시장 점유율 목표는 30%로 잡고 있다. 3차원(3D) 의상 디자인 소프트웨어 클로(CLO)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도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5·6번씩 샘플을 만들다보니 제품 출시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렸는데, 이 기간을 1·2개월로 대폭 줄였다. 판매 채널도 분석이 용이하도록 온라인몰 중심으로 한다.

휠라 역시 올해 테니스 전개 50주년을 맞아 브랜드 가치 제고와 더불어 테니스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7·8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테니스 축제 ‘2023 화이트오픈 서울’을 개최하고 테니스 제품 패키지를 출시하기도 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광화문 광장의 신개념 테니스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올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F가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한 리복도 테니스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스트릿 캐주얼 브랜드인 예스아이씨와 스트릿 테니스를 테마로 협업을 진행했다. 흔히 생각하는 테니스 의류보다 화려한 패턴, 독특한 컬러 배색을 사용해 개성 넘치는 테니스룩을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에이피알의 스트릿 패션 브랜드 널디도 테니스 컬렉션을 내놨다. 테니스 웨어에 널디 고유의 힙한 감성을 담아 테니스 코트 위에서든 일상에서든 편히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테니스 인구는 60만명, 시장 규모는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테니스 인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테니스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년 이후에는 장담할 수 없다”며 “최근 사내 테니스 동호회가 늘어나고 실내 테니스장도 곳곳에 문을 열고 있어 인기가 이어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골프 시장에서 가능성을 찾는 업체들도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프랑스 브랜드 메종키츠네가 이달 골프 캡슐컬렉션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골린이들이 떠났다고는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골프 인기가 여전히 높다고 보고 젊은 골퍼를 겨냥한 프리미엄 캐주얼 골프웨어를 내놓은 것이다. 글로벌 신발 브랜드 락포트는 지난달 락포트 골프화를 론칭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세계 주요 골프 시장으로 꼽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골린이 이탈로 골프웨어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 골프웨어 외에는 성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골프 인구는 2021년 564만명으로 추산된다. 대한골프협회는 최근 경희대학교 골프산업연구소와 실시한 조사에서 2021년 기준 국내 골프 활동 인구가 1176만명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이는 20세 이상 인구 중 골프장부터 실내 스크린까지 골프 경험이 최소 1회 이상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최근 골린이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골프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인구는 그보다 훨씬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휠라코리아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한 테니스 축제 ‘화이트오픈’.<휠라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