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위험 최대 90%↓…OO 제거 원칙은?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률은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 기준 10만명당 27.2명 수준이다. 다만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이는 내시경 검진이 증가하면서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을 미리 제거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장암 발병 위험을 급격히 높이는 용종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용종 제거의 원칙을 알아본다.
◆대장암과 용종=대장은 소장의 끝에서 시작해 항문까지 연결된 긴 튜브 모양의 소화기관이다. 길이가 약 150㎝ 정도로 소장보다 훨씬 짧지만 폭이 넓어서 대장이라 부르며, 이 부위에 발생한 악성종양을 대장암이라 부른다.
대장암의 약 95%는 대장 점막 샘세포에서 발생하는 선암(腺癌‧샘암)으로, 양성 종양인 ‘선종성 용종(茸腫‧Polyp)’에서 유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용종은 위장관 점막의 조직이 부분적으로 과도하게 증식해 혹처럼 튀어나온 것이며, 선종(腺腫‧샘종‧Adenoma)은 샘세포가 증식해 생기는 종양이다. 즉 대장암은 양성 종양인 선종성 용종 속 악성 암세포가 자라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용종의 크기는 2~3㎜부터 수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선종성 용종의 1/3 정도가 3~5년에 걸쳐 암으로 진행되며, 1인치(2.54㎝) 내외의 용종이 악성종양일 가능성은 10% 정도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가능성은 급격히 상승한다. 또 크기가 작은 용종도 암세포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대장암이 ‘용종만 잘 제거해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용종만 제거해도 대장암 발생률 약 90% 감소=대장암은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치료 성적이 매우 좋고, 검진을 통해 선종 단계에서 용종을 발견해 대장내시경으로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립암센터는 증상이 없는 대장암 저위험군도 45세 이후부터 매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나수영 가톨릭대학교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인천성모병원)는 “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76~90%가량 감소한다”며 “대장암이 발병해도 조기발견 시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고, 5년 생존율 역시 약 8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용종 제거 원칙은?=어떤 용종이 악성인지, 또는 악성으로 진행할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장에 발생한 용종은 모두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과거에는 증식성 용종이나 과오종(정상세포가 특정 이유로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양성종양), 염증성 용종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제거하지 않고 추적‧관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증식성 용종으로 분류되었던 톱니모양 용종도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에 밝혀지는 등 관련 위험성이 점차 높아졌기 때문.
대부분의 용종은 대장내시경을 삽입한 채로 ‘겸자’라고 부르는 집게나 올가미를 이용해 용종을 잡은 후 전기를 통과시켜 잘라내는 ‘내시경하 용종절제술’로 제거할 수 있다. 용종의 크기가 크거나 개수가 많다면, 용종절제술을 여러 차례 시행하기도 한다. 절제한 용종은 조직 검사를 진행해 양성종양인지 악성종양인지를 확인하고, 대장암(악성종양)으로 확인되면 개복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대장암 수술의 원칙은 발견된 악성종양을 중심으로 원위부(遠位部‧종양의 아래쪽)와 근위부(近位部‧종양 위쪽) 양방향으로 종양과 충분히 떨어진 곳까지 대장을 절제하고, 아울러 림프절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다. 이는 대장암 세포는 혈관을 타고 몸의 다른 부위로 전파될 수도 있고, 림프관을 따라 이동하여 림프절을 침범할 수도 있으며, 대장의 바깥쪽 복막에 마치 씨가 뿌려지듯이 퍼져 재발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장암은 광범위하게 종양을 절제해도 20~50%의 재발률을 보인다. 특히 대체로 한곳에 단독으로 발생하는 국소 재발보다 처음 암이 발생한 장기와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나 림프절에서 암이 재발하는 원격전이를 동반해 광범위한 재발이 나타날 때가 많다.
나수영 교수는 “대장암의 재발을 예방하고 좋은 예후를 위해서는 암 예방 생활수칙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면 흡연하지 않고 소량의 음주도 피하기,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짠 음식과 탄 음식 피하기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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