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배구조 선진화 중요성 일깨운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스위스 쉰들러가 2014년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현정은 회장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이하 선관주의 의무)' 위반과 그에 따른 배상 책임을 최종 인정했다.
쉰들러는 현 회장과 경영진이 2006년부터 현대상선으로 대표되는 계열사 경영권 방어 및 지배권 강화를 명목으로 현대엘리베이터로 하여금 10차례가 넘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회사 이익이 아닌 특정 지배주주의 사익을 위해 자금을 유용하는 일련의 활동을 지속해 회사에 7180억원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의 결정이 회사 및 주주 이익을 침해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인데, 이번 판결은 특히 외국계 주주가 대표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법원이 경영진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영진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일종의 태만 행위로 적극 해석해 위반 행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사는 회사와 위임 관계에 있으므로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법령과 정관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면서 위와 같은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증권처럼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 해소를 위해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상황에도 해당 계열사 경영권 유지 및 상실로 인한 자기 회사의 이익·불이익 정도,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지난주 현대엘리베이터는 현 회장이 2019년 이미 납부한 선수금 1000억원과 현대무벡스 주식 약 863억원의 대물 변제, 현금 등의 방식으로 2000억원대 채권 전액을 완납했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손해배상 금액을 모두 조속히 회수한 것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기업 거버넌스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어느 때보다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하고 주주의 권익보호에 대한 목소리 역시 높다. 이 시점에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경영진에게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해 법원이 내린 판결은 의미가 작지 않다. 또 오래 이어져온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하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나아가 소유(Ownership), 경영(Management), 지배(Control)라는 거버넌스의 세 가지 축에서 지배력을 경영권이라는 표현으로 혼동해 사용하는 경우가 흔한데, 경영은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며 따라서 경영권 방어를 명목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즉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의 위험성을 우리 기업들이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유효상 유니콘경제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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