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앞세워 더 강렬한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피겨 銀 이해인
"실수 반복안해 기쁜 시즌"
K팝 배경 음악 더 늘릴것
트리플 악셀도 계속 도전
'삐약이'라는 귀여운 별명으로 불리던 피겨스케이터는 올 시즌 유망주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바로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해인(세화여고·사진) 이야기다.
2023 MBN 여성스포츠대상 3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1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이해인은 "2019년 주니어 선수로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뒤 이 상을 받았는데 4년이 지난 지금 시니어 선수가 돼 또 받으니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4년 전보다 키도 4㎝나 더 컸고 스케이팅 기술도 발전했지만 그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는 똑 부러진 말도 곁들였다.
그사이 이해인은 '피겨 여왕'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선수가 됐다. 전영오픈에서 여자 복식 정상에 오른 배드민턴 김소영·공희용, 우리은행의 여자프로농구 우승을 이끈 김단비,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여자프로탁구 2연패를 안긴 양하은 등의 후보들과 경쟁했지만 만장일치로 3월 MVP가 된 이유다. 이해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4월에도 단체전인 팀 트로피 대회에 대표팀 일원으로 나가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성적은 물론 중요하고, 고된 연습도 당연히 버텨내야 하지만 성적을 위해 긴장하기보다 즐겨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즌을 치른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이해인은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했는데 실현이 잘된 시즌이었던 것 같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위로 가기 위해 쌓은 시즌이 됐다"고 돌아보며 "예전에는 쇼트프로그램을 잘한 뒤에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저지르곤 했는데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서 기쁜 시즌"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변을 챙기고 함께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로 임한 팀 트로피 대회까지 호성적으로 마쳐 끝까지 웃을 수 있었다. "시상대에 대표팀 선수들이 함께 올라 기뻤다"는 이해인은 평소 자신의 취미인 그림 실력을 살려 선수들의 일러스트를 그려서 기를 살려줬고, 경기에서는 자신이 부진할 때 입었던 의상을 일부러 택해 좋은 기억으로 덮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한 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며 손이 좀 아파서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림을 받아본 동료들이 너무 좋아해 저도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 따라왔다.
이해인은 벌써 다음 시즌을 구상하는 중이다. 팀 트로피 공식 연습 당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해 착지에 성공하기도 했던 그는 "아직 바로 프로그램에 넣을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연습해보려 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뉴진스, 아이브 등 최근 K팝을 자주 고르고 있는 이해인은 "한국인이니 K팝을 많이 사용하고, 가능하면 해외 피겨 팬들께도 K팝을 더 알리고픈 마음이 있다"며 "다음 시즌에도 가능하면 강렬한 분위기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이용익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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