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뻘건 현수막·편법 시위`에 고통받는 시민들…기업들 "현실적 법규 마련해야"

장우진 2023. 4. 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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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앞. 독자 제공
삼성 서초 사옥. 독자 제공
한화 장교동 사옥. 독자 제공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법 테두리망을 벗어난 변칙적인 생떼 시위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재계에서는 편법·불법 행태에 법적 공백과 느슨한 행정으로 이를 적절히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서초사옥, 현대차 양재 사옥, 장교동 한화 사옥 등에는 시위 현수막이 다수 걸려있다. 이는 변칙적인 시위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자극적인 색깔의 원색적인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기업 사옥, 주택 등을 포위하듯 1년 내내 24시간 걸려 있어도 집회 신고만 하면 현행 집시법으로는 막기 어려운 현실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현수막 전용 게시대에 관할 행정청에 신고해 게시해야 하며, 그 외 장소에 걸린 현수막은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철거 대상이다. 하지만 집회용품으로 신고된 광고물은 단속에서 배제되며, 현수막 개수의 제한도 없다. 집회 신고 기간에는 집회가 실제 열리지 않더라도 단속규정이 불명확해 철거의 명분도 모호하다.

이러한 법적 맹점을 이용해 30일 간격으로 집회 기간만 연장해 가며 현수막을 마구잡이로 내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행 집시법으로는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법제처는 2013년 '실제 집회가 열리는 기간에만 현수막을 표시·설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구속력이 부족해 실제 현장에선 적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성 현수막 문구도 문제로 제시된다. 업계에서는 해당 문구를 표기한 현수막에 대해 피해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법원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승소해도 효과가 없다고 호소한다.

일부 문구만 변경해 현수막을 다시 게시하기 때문이다. 피해 기업이 다시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으려면 또다른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해 사회적 낭비만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위로 인한 소음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집시법 상의 소음 규제망을 벗어나기 위해 고성능 확성기로 1시간에 2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내거나, 5분간 강한 소음을 내고 후 나머지 5분간은 음을 소거하는 식이다.

집시법에는 최고 소음의 경우 1시간 동안 3번 이상 기준을 넘길 때 평균 소음은 10분간 연속 측정해 기준을 넘길 때 단속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1인 시위는 집시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온다. 별도 소음 기준이 없어 민원이 발생해 경찰이 개입하는 경우에만 확성기 볼륨을 낮출 뿐으로, 경범죄 처벌을 받는다 해도 범칙금에 불과하다.

대기업 사옥 주변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경우 소음 피해는 더욱 극심하다. 고층 빌딩이 늘어선 기업 주변에서의 시위 소음은 소리가 울려 높은 층에서는 낮은 곳보다 더 크게 들린다. 하지만 고층 빌딩 환경에 맞춰서 소음을 측정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도 마땅치 않다.

대기업 주변 도로나 인도에 설치된 불법 시위 천막 또한 문제다. 오가는 차량들과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일부 시위자들은 천막 안에서 인화성 물건들을 비치하고 숙식을 해결하는 등 안전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설치한 천막은 모두 불법이다.

한 대기업은 사옥 앞에서 장기간 무리한 1인 시위를 벌여온 A씨에게 과대 소음, 명예훼손 문구 금지 등 가처분 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형사소송 1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억지 주장을 계속 내세우며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1년 내내 계속되는 막무가내 생떼 시위를 막기 위해 법적 공백을 해소하고, 걸 수 있도록 집시법 개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20여건이 넘는 집시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 집회·시위의 자유와 충돌되는 다른 기본권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한 취지로 지나친 소음, 일상 침해 등 도를 넘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금지 또는 제한 장치를 보완하자는 의견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 계류 중인 현행 집시법에 대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은 물론, 갈수록 다양해지는 편법·불법 시위 양상에 대응하고 제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법과 원칙, 상식을 지키는 시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행정당국도 능동적으로 나서고 필요하면 공권력 집행도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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