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외교’ 강조하는 브라질, 친중 행보 이어 이번엔 친러 행보

최서은 기자 2023. 4. 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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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무장관이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브라질 정부가 이번엔 러시아 외무장관을 초청해 회담을 가지며 미국 주도의 국제 흐름에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매체 포데르360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을 방문해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무장관과 만나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두 장관은 브라질과 러시아의 무역 및 투자, 과학기술 및 환경 에너지 개발에서 관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면서 “즉각적인 방식이 아니라 지속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에이라 장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분쟁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브라질의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해 중립국들이 중재 역할을 할 ‘평화 그룹’을 만들고자 하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생각을 언급하기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오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룰라 대통령은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평화 협정을 맺는 대가로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에 양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15일 중국 방문 때는 “미국은 전쟁 조장을 중단하고 평화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룰라 대통령의 발언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브라질은 사실을 전혀 보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의 선전을 흉내내고 있다”고 즉각 반발한 바 있다.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정부가 중국, 러시아 등과 잇따라 회담을 가지며 관계를 강화하는 듯한 모습은 브라질이 추구하는 중립외교의 일환이며 ‘외교 리셋’ 노력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가디언은 룰라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훼손하고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때문에 브라질이 잃어버린 국제적 영향력을 되살리려 하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브라질에 본부를 둔 국제관계연구센터 문도랩(Mundolab)의 루벤스 두아르테는 “국제 정치로 복귀하려면 모든 국가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는 브라질의 전통적인 다자주의 추구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미국을 주요 무역국으로 두고 있고, 비료 수입에는 러시아 의존도가 큰 브라질로서는 실용주의적 외교 접근을 취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교류를 더 강화하기로 했지만, 취임 후 중국에 앞서 미국을 방문한 바 있으며 브라질 외무장관은 최근 미국과 멀어질 생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브라질에 대해 이는 불간섭과 개방 외교라는 오랜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논평했다. 룰라 대통령은 2003년~2010년 집권 당시에도 아이티에 평화 유지 사절단을 파견했고, 2010년에는 튀르키예와 함께 이란과의 핵협상 중재를 시도한 바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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