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양용버스’ 비판받자 ‘수상버스’ 꺼내든 서울시
서울시가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 대책으로 ‘수상버스’(리버 버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4일 ‘수륙양용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부닥치자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탈 수 있고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수상버스를 도입해 출퇴근 시간에 인력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상버스는 서울 교통망과 빠르게 연결, 환승이 가능한 ‘대중교통’으로서 역할을 하기 어려운데다 경제성에 물음표가 남아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18일 수상버스를 도입해 서울시에서 김포시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병수 김포시장이 제안한 수륙양용버스는 육상과 수상을 자유자재로 운항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수송능력(40인승), 속도(15km/h), 경제성(1대당 20∼30억원) 등을 고려했을 때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판단에서다. 반면 수상버스는 1회 수송능력이 200명 안팎으로 수륙양용버스보다 5배나 많고 속도도 평균 50km/h에 달한다. 1대 추정가격은 20억 안팎이다.
서울시가 구상 중인 노선은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를 기점으로 두고 행주대교 남단부터 잠실까지 운항하는 구간으로 약 30km에 달한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상암·여의도·노들섬·이촌·반포(세빛섬)·서울숲·압구정·뚝섬을 거쳐 잠실까지 10개 선착장을 두겠단 계획이다. 서울시는 수상버스를 이용할 경우 행주대교 남단 선착장에서 여의도까지 20분 이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용객 편의를 위해 정기권을 도입하고 지하철, 버스와의 환승할인도 검토하는 한편, 긴급이동이 필요한 시민을 대상으로 수상택시(8∼11인승)도 활용하는 방안도 점검한다. 오 시장이 2007년 ‘한강르네상스’ 사업 일환으로 도입한 수상택시는 저조한 이용객 수와 적자 누적 등으로 이미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수상버스 도입에 회의적이다.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사실상 오세훈 시장이 거듭 밝혀온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위한 시험사업이라는 것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3월 영국 런던 출장에서 템즈강을 운행하는 수상버스를 직접 타본 뒤 서울 도입을 계속 검토해왔다.
‘대량 승객’을 ‘자주’ 수송하는 대중교통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대책이란 지적도 있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는 “전철은 대량의 승객을 나르는 대중교통수단인데 수상버스는 이런 ‘대량 대중교통’이라고 하기 어렵다. (현재 김포골드라인처럼) 출퇴근 시간대에 약 3분 단위로 다니기도 힘든 교통 수단”이라고 했다. 수상버스의 특성 상 전철 수요를 흡수하기도 어렵다. 민 대표는 “김포골드라인의 경우 각 역에서 내릴 수 있고 수도권 전철망과 환승체계가 구축돼 있는데, 수상 버스는 이런 환승이 어렵고 운임 비용도 더 비싸 김포골드라인 이용자의 수요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홍보하는 것처럼 출퇴근 시간이 대폭 줄어들지도 미지수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운행 시간 20분이라고 해도 버스를 타고 내리는 시간, 다른 운송수단으로 갈아타는 시간 등에 대한 부담이나 비용이 적지 않아 운행시간만 갖고 판단할 순 없다”고 했다. 경제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교수는 “이용하는 사람들의 목적지나 운행 간격에 따라 이용객 수가 달라질 텐데 (충분한 이용객 수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상교통의 특성상 “악천후 극복이 힘들다”(전현우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빠른 시일 내에 운항노선을 정한 뒤 1년 이내에 수상버스를 본격 운항하겠다고 밝혔지만 몇 대를 도입해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은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히 몇 대를 도입할 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며 “청사진을 그린 수준”이라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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