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첫 통일장관' 강인덕 "남북대화 아닌 확장억제 강화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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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성사를 도운 강인덕(90) 전 장관은 "지금은 우리가 북한과 대화할 시기가 아니고 확장억제 (강화를)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중점을 둘 때"라고 18일 밝혔다.
날로 커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전술핵을 재배치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를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강 전 장관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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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출간…'김신조 침투 예측' 박정희 독대 보고 일화 담겨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김대중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성사를 도운 강인덕(90) 전 장관은 "지금은 우리가 북한과 대화할 시기가 아니고 확장억제 (강화를)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중점을 둘 때"라고 18일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이날 회고록 출간 언론 간담회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당부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대화가 없는 대화도 대화의 하나"라고 역설적으로 해석하면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 없는 대화의 시기'"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필요가 없고 해봐야 안 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동북아 정세도 대화 조성에 이롭지 않은 국면이라고 지적한 강 전 장관은 특히 대만해협 상황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대만 문제가 격화하면 중국은 반드시 북한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며,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날로 커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전술핵을 재배치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를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강 전 장관은 분석했다.
그는 "동해에 핵무기 탑재 잠수함이 다니고 있다고는 하는데, 우리 국민이 그걸 믿느냐가 문제"라고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지적하면서, "나토식 핵공유만 되더라도 (현재보다는) 조금 낫다"고 했다.
일본에서 13년간 강단에 선 경험이 있는 강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방일에 대해 "일본에서 만난 지인과 언론인들이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며, 일본 지식인 사회와 언론계의 긍정적 반응을 자세히 전했다.
그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주변에는 보수파가 많지만 일본 지식인 사회의 생각은 그들과 다르다"며 "아시아 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에 대해 공통의 인식을 가진 지식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발탁되기 전 박정희 정권 시절 서슬 퍼렇던 옛 중앙정보부에서 정보분석관을 지내는 등 진영을 넘나든 이력의 소유자다.
최근 발간한 회고록 '한 중앙정보 분석관의 삶'(경인문화사)에는 1960년대부터 중정 분석관과 심리전 국장 등으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과 소회가 생생하게 담겼다.
강 전 장관은 책에 수록된 내용 가운데 김신조 일당의 침투를 예견하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한 일화를 소개했다.
1967년 말 당시 중정 북한과장으로 재직한 그는 여러 징후에 비춰 북한이 이듬해 정월(음력) 전에 게릴라를 대규모로 침투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박 대통령에게 이를 독대로 보고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박 대통령은 담배를 물더니 "임자, 2시에 다시 한번 해주게"라고 지시했다. 오후 2시에 다시 보고하러 간 자리에는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각 군 총장이 모두 자신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 전 장관은 "보고 후 새해가 되고서는 예측이 틀릴까 봐 매일매일 잠을 설쳤는데 (1월) 19일 밤에 '새까맣게 들어왔다'는 보고가 들어와 '살았다'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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