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중계 10대…그 선택 뒤엔 "같이 하자" 북돋은 우울증갤러리

양윤우 기자 2023. 4. 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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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켜고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여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갤러리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자살 조장·방조·성폭행 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갤러리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에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우울증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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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켜고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여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갤러리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자살 조장·방조·성폭행 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2시쯤 강남구 테헤란로 한 건물 옥상에서 10대 여학생 A양이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폐쇄회로(CC)TV 등으로 A양이 혼자 옥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A양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전에 투신 계획을 공개하고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수십명의 누리꾼들이 이를 지켜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또 투신하기 1시간 전까지 갤러리를 통해 알게 된 27세 남성 B씨를 만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함께 극단적 선택을 모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B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갤러리 '우울증 갤러리'에 올린 글. /사진= 디시인갤러리 '우울증 갤러리' 캡처


사건 당일 오후 1시32분쯤 B씨는 갤러리에 "실시간 OO이, 무서워서 쨌어(도망갔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본인의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한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 사진에는 A양이 B씨에게 "ㅃㄹ왕(빨리와)"이라고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낸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B씨는 오후 1시48분 "플랜(계획) 세운거 다 하고 뛸려했는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B씨는 "고급 소고기 먹고 노래도 부르고 겜도 하고 이야기로 한 다 풀고 가려 했는데 (A양이) 너무 다 무시하고 그냥 바로 뛰자고 했다"며 "준비도 안 된 상태라 무서워서 추노 뛰었다(도망갔다)"고 썼다.

경찰은 전날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경찰은 B씨를 자살방조죄 혐의로 입건할지 법리 검토 결과에 따라서 결정할 방침이다. 형법 제252조 제2항에 의하면 사람(타인)을 교사 또는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우울증갤러리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는 고양이를 학대한 뒤 살해하고 이를 인증한 사진이 올라왔다. 당시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학대범은 '고양이 살해 4마리째'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고양이가 죽어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피와 털이 묻은 칼과 '브이' 모양을 한 손이 담겼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한 고층건물에서 10대 여학생이 추락하는 과정을 생중계한 화면(좌),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우울증 갤러리'(우)/사진=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우울증 갤러리' 캡처

이에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우울증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0대 여성 박모씨는 "불우한 현실 때문에 우울증을 앓게 된 사람들이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음지의 일에 연루되다 고통받고 죽는 상황"이라며 "사회를 멍들게 하는 디시인사이드를 폐쇄해야 된다"고 밝혔다.

20대 남성 이모씨는 "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건설사 대표가 처벌받지 않냐"며 "각종 포털의 영향으로 사람이 죽거나 사고를 당하면 이를 운영하는 회사나 운영진들은 왜 처벌을 안 받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갤러리와 같은 익명 공간에서의 활동이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익명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아서 오히려 감정이나 충동을 쉽게 드러낼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이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감정을 공유하니까 쉽게 공감하고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그에 따라서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극단적 선택을 그룹으로 하면 혼자하는 것보다는 덜 무섭게 느껴져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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