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듯 완성도 높이는 韓 자개 장인 존경한다"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4. 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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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 인터뷰
통영 장인과 협업한 테이블
밀라노 디자인위크 기간 전시
후속작 아이디어 즉석제안도
루이비통 가구 디자인해 유명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미술관에서 스타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가 통영 자개 장인과 협업해 만든 Fiore Fossile 테이블에 손을 올린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나 기자

"보통 꿈꾸던 것과 현실이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협업은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우리 집에 먼저 두고 싶을 정도다."

네덜란드 출신 스타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59)는 한국 통영의 장인들과 협업해 디자인한 자개(조개껍데기) 테이블 'Fiore Fossile' 실물을 17일(현지시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미술관에서 보고 만져보며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부터 23일까지 열리는 밀라노디자인위크에 맞춰 한국 두손갤러리가 동서양 문화를 잇는 취지로 3년간 준비한 '자개 테이블(Mother of Pearl Tables)' 전시에 참여한 디자이너 6명 중 한 명이다. 반더스는 물론이고 스테파노 조반노니, 마르코 자누소 주니어, 엘레나 살미스트라로, 고 알레산드로 멘디니, 차영희가 통영의 70대 장인들과 함께 1년 반 동안 완성한 작품을 23일까지 대중에게 공개한다.

고대부터 귀한 소재로 통했던 자개를 활용해 동서양의 문화를 잇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협업에서 그는 비정형 조각 같은 티테이블에 꽃을 단순화한 패턴을 자개로 우아하게 표현했다. 지난해 본인 디자인 스튜디오 업무를 줄이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자개라는 낯선 소재에 끌려 주저 없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반복적인 수행과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인 한국 장인들을 믿고 맡겼는데 정말 존경스럽다"며 붉은 빛깔의 후속작 아이디어도 즉석에서 제안했다.

반더스는 "과거나 역사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라며 "좀 더 근본적인 것을 지키면서 겸손하게 조금씩 변형하면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 자연에 존재하는 재료와 형태를 활용해 디자인하는 본인 역할을 춤을 만드는 안무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비결로 △디자인하는 일 자체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아주 많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다는 점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최근 탐구하는 소재를 묻자 그는 "세상에 플라스틱이 너무 많아졌다"며 "코코넛의 섬유질을 활용하는 디자인 해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첨단 기술 소재와 수공예 생산 방법을 결합해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매듭 의자'로 데뷔했고, 네덜란드 디자인 브랜드 '모오이(Moooi)'를 공동 설립했다. 최근 루이비통 가구와 마이애미 매장의 다이아몬드 파사드로 화제를 모았다. 뉴욕타임스는 '디자인계 레이디 가가'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밀라노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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