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새소리, 텅 빈 도기의 울림에 홀린 밀라노
'Fantastico!(멋지다)'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디자인위크 개막에 맞춰 브레라지구 펠트리넬리에서 열린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공예의 변주' 사전 공개 현장을 찾은 유럽 디자인 관계자들이 감탄을 쏟아냈다.
밀라노에서 돋보이는 현대식 유리 건물 내부 검은 나선 계단을 올라가 전시장에 입장하자 어두운 조명 속 한국 대표 공예가 20명의 작품 65점이 보석처럼 빛났다. 올해 전시를 기획한 구병준 감독(PPS 대표)은 조병수 건축가와 손잡고 한옥 요소와 오솔길 콘셉트를 반영한 배치로 전시작들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전북 무주에서 직접 채집한 시냇물과 새 소리가 차분한 명상 분위기를 자아내고, 전시장 벽면의 드로잉 영상은 공예전의 소주제 10가지를 젊은 감각으로 표현했다.
구 감독은 "과거 전통에서 좋은 문화를 알린다는 것을 넘어서 앞으로 한국공예의 변주가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전통 공예에 대한 선입견을 깨니 상당히 현대적으로 다가온 전시였다. 매년 4월 30만명 이상을 모으는 세계 최대 디자인 행사인 밀라노가구박람회를 활용해 한국 공예의 매력을 알리고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이 2013년부터 마련해온 전시 일환이다.
지난해 전시 참여 작가 중 정다혜가 로에베재단공예상 대상을 받으며 K공예에 대한 전 세계 관심이 달아오른 덕분인지 이날 사전공개 행사를 열기도 전에 독일 베를린시립박물관과 네덜란드 예술학교 데발리에 관계자들이 단체로 방문했다.
베를린 박물관 6곳을 운영하는 베를린시립박물관 재단의 파울 슈피스 디렉터는 "전통을 이야기하지만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전시였다"며 "박물관 재개관 때 한국 공예작품을 전시하고 싶고, 김광우 작가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작가의 '빈 돌(empty stone)' 연작은 크기가 다른 조각돌 모양 도자 11개를 배열해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평생 흙을 빚고 소성하는 작업을 통해 비움과 고요의 경지를 표현했던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던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났다.
알레시아 살레르노 프라다재단 전시 디자인 헤드는 전시를 극찬하며, 얇은 나무를 구리선으로 엮어 비정형 오브제를 만든 김희찬에 관심을 보였다. 도무스와 인테르니 등 현지 매체 관계자들도 한국만의 감성이 잘 드러난 전시라며 호평했다.
올해는 그동안 성과를 기반으로 관람객들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애썼다. 밀라노에서 영향력이 큰 대표 갤러리 겸 편집숍인 로산나올란디(RO)에서 상품판로 확대를 위한 기획전 '공예의 변주 오브제'도 열고 한국 신진 공예작가 6명의 현대적인 공예작품 27점을 선보였다. 올란디 대표는 "김자영 도자(Stool series-Objet)가 특유의 손맛이 살아나 매력적"이라며 "관람객 반응을 보고 향후 편집숍 입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인근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미술관에서는 스테파노 조반노니 등 디자인 거장들 6인과 통영의 장인이 협업해 만든 '자개 테이블' 전시를 두손갤러리가 열고 있었다. 17일 하루 방문객만 450명에 달했고 영국 선도 편집숍 민트갤러리의 리나 카나파니 대표, 루이비통과 협업하는 아틀리에 비아게티 등 디자인 명사들이 자개의 매력에 빠졌다.
올해는 한국 문화체험을 강화하기 위해 '이것이 한국이다(THAT'S KOREA)' 캠페인도 함께 펼쳐졌다. 밀라노 대표 대중교통인 트램이 한국 단청 문양으로 꾸며져 시내 중심부를 돌며 한식 팝업공간으로 활용됐고, 현지 식문화센터인 잇탈리(Eataly)와 연계한 한식 쿠킹클래스도 열렸다. 또 유서 깊은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는 김주일 감독 기획 아래 전통 단청을 유럽 감성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속에서 전통 생활문화 체험 행사가 열렸다. 18일 한복패션쇼에서는 공진원이 2022년까지 3년간 추진한 '한복 웨이브' 프로젝트 성과물인 한복 16벌도 선보였다.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의 마르차나국립도서관에서도 13일부터 30일까지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과 함께 기획한 한지 기획전을 열어 전통 한지를 활용한 현대공예품 등 80여 점을 소개한다. 김태훈 공진원 원장은 "지난 10년간 공예전의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한국문화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리로 확대했다"고 전했다.
[밀라노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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