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값부터 주정까지"…소주업계, 생산비 증가에 속앓이

김동현 기자 2023. 4. 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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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동결을 선언한 소주 업체들이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주 업체들이 내부적으로 주정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었다면, '당분간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발표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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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8일 소주 원료인 주정 가격 9.8% 인상
2년 연속 주정값 인상에 소주업계 당혹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9일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소주, 맥주 제품을 고르고 있다. 지난해 맥주와 소주 등 술값이 오르면서 주류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023.02.1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가격 동결을 선언한 소주 업체들이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제품 생산 비용이 크게 늘어나 가격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셀 수 있는데 다 정부가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만큼 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업체들은 지난해 연말 소주 생산업체에 병값 인상을 통보, 2월부터 순차적으로 180원에 납품되던 병값을 220원으로 22.2% 올렸다.

병값 인상은 공용병인 녹색병과 푸른병을 사용하는 이형병 모두에 적용됐다. 지난해 연말 병뚜껑 가격도 올라 소주를 생산하는 주류사의 원가 부담이 심화됐지만 소주 업체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소주의 주정(에탄올)을 만드는 원료인 타피오카 전분 가격이 오르자 대한주정판매는 18일부터 주정가격을 평균 9.8%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주정 가격을 평균 7.8% 인상한 이후 2년 연속 인상에 나선 것이다.

대한주정판매의 주정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 주류 업계에선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정은 전국 10개 주정 제조업체가 만든 뒤 이들 업체가 지분을 가진 주정 판매업체 대한주정판매로 일괄 납품 후 소주 업체에 판매된다. 다만 국세청은 주류 업계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만, 관련 가격 결정·통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한주정판매는 주정값 인상을 4월 중순 업체에 통보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정부가 소주 업체들에게 판매가를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뒤, 소주 값 인상 요인을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주 생산비에서 주정 가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생산비 부담 증가를 사기업이 감내하라는 얘기인 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주 업체들이 내부적으로 주정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었다면, '당분간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발표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류 업계에선 이번 주정 가격 인상으로 인해 소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봤다. 병과 병뚜껑 가격 인상의 경우 공병 수거율을 높이며 대응할 수 있었지만 주정 인상은 소주 가격에 직접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소주업계는 주정 가격이 올랐을 때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2012년, 2008년, 2022년 주정 가격이 인상된 이후 소주 업체들은 1~2달 간격을 두고 가격을 조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인상된 병값의 경우 공병 활용도를 높일 경우 제품 가격을 동결해도 인상 요인을 감내할 수 있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지만 주정의 경우 다른 상황"이라며 "주정 가격이 오르면 제품 생산 비용이 크게 뛸 수 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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