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미-고군택 ‘존버’의 승리, K-골프 화수분 기틀 잡았다

장강훈 2023. 4. 18. 16: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존버'라는 말이 있다.

한국 남녀 프로골프에서도 '존버' 끝에 우승을 따낸 선수가 탄생했다.

그는 "부모님도 '골프선수 말고 다른 인생을 설계해보자'고 말씀하셨다"며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군택은 "우승한 게 실감나지 않는다. 우승장면도 쑥스러워서 (다시보기로) 못볼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나란히 생애 첫 우승 감격을 누리고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는 이주미(왼쪽) 고군택. 사진제공 | KLPGA KPGA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존버’라는 말이 있다. 언론에서 풀어쓸 수 없지만, 순화하면 ‘끝끝내 버텨낸다’는 의미다. ‘영끌시대’를 살고 있는 MZ세대의 은어로 이시대 청춘들의 삶을 관통하는 용어다.

한국 남녀 프로골프에서도 ‘존버’ 끝에 우승을 따낸 선수가 탄생했다. 그것도 같은 날 한 시간여 시차를 두고 나란히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페럼클럽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우승을 거둔 이주미(28·골든블루)와 강원도 춘천의 라비에벨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왕좌에 오른 고군택(24·대보건설)이 그 주인공이다.

둘 다 이른바 ‘네임드’ 선수와 정면승부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하면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많은 팬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주미가 16일 페럼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메디힐 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뒤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이주미는 박지영 박현경 박민지 등 우승 청부사에 국가대표 출신 슈퍼루키 김민별과 경쟁했다. 모든 선수가 우승후보로 평가받았고, 최종라운드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을 펼쳤지만, 자신의 힘으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부모님도 ‘골프선수 말고 다른 인생을 설계해보자’고 말씀하셨다”며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켜보는 사람보다 몸으로 부딪치는 자신이 몇 배는 더 힘들고 외롭지만, 지켜보는 사람을 위해 골프채를 놓지 못했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온다”는 그의 우승 소감은 막연한 희망을 품고 ‘존버’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젊은이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다.

상대적으로 ‘젊은피’인 고군택도 마찬가지다. 제주에서 태어나 국가대표까지 지낼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우승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코리안투어 데뷔시즌인 2020년 제네시스 오픈 단독 3위가 최고 성적. 예선라운드에서는 선두권을 유지하다가도 최종라운드로 갈수록 샷이 흔들리기를 반복했다. 병역을 해결하면 조금 더 홀가분해질까 싶어 올시즌 후 입대를 결심했을 정도다.

고군택이 16일 라비에벨CC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생애 첫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 | KPGA


고군택은 “우승한 게 실감나지 않는다. 우승장면도 쑥스러워서 (다시보기로) 못볼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스윙코치 없이 전지훈련을 치르면서도 ‘리듬과 템포’라는 스윙의 기본에 집중한 그는 “우승으로 3년간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해 목표를 더 크게 잡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면서도 “군복무를 마치고 홀가분하게 시드 3년을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미뤄야 하는 이 시대 젊은이와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개막전 우승자 타이틀 하나로 고군택은 꿈을 구체화할 동력을 얻었다. 그는 “제네시스 대상에 도전하고 싶다. 개막전에서 우승했으니, 우승부담을 내려놓고 다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꾸준함과 성실함에 한 방이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 행복함이 묻어났다. 바야흐로 ‘존버 성공시대’가 열렸다. 국내 남녀 프로골프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다. zzang@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