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용’ 꽂힌 보건의료 R&D 전략이 우려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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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년여 만에 연구-임상-실용화 등 전 과정이 완료됐다.
정부는 보건의료 R&D의 목표를 "보건의료 연구개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과 창출"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실용화 기조가 강화될수록 연구자들은 관련 정부 연구 과제에 연연할 수 밖에 없고, '과제를 위한 연구'를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기초연구투자보다 실용화 기조를 강화해온 것은 역대 정부마다 이어져왔지만, 문제는 코로나19가 이런 분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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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김양균 기자)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년여 만에 연구-임상-실용화 등 전 과정이 완료됐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개발은 코로나19의 위협이 그만큼 위력적이기도 했거니와 개발까지 통상 10년이 걸리는 시간을 앞당길 만한 압축적이고 막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백신 상용화 초반, ‘백신 확보’라는 절체절명의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선진국 중심의 소위 ‘백신 싹쓸이’의 폐해를 톡톡히 겪은 쓰라린 경험은 백신 주권주의로, 다시 백신을 비롯한 제약바이오 R&D 강화로 이어졌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이러한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올해 보건의료 연구개발 전체 예산은 1조4690억 원이다. 정부 전체 연구개발 총예산 30조7천억 원의 약 5% 수준이다. 물론 예산을 신규과제가 1495억 원이고 계속과제가 1조3195억 원이다.
보건의료 R&D 예산은 크게 ▲신변종 감염병 위기대응 역량 강화 분야에 26개 과제 2천740억 원 ▲첨단 유망기술 육성 66개 과제 8천390억 원 ▲공익적 연구개발 28개 과제 2천752억 원 ▲의료현장 연계 R&D 8개 과제 809억 원 등 4개 분류로 구분돼 책정됐다.
분류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 실용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른바 ‘써먹을 수 있는’ 기술개발이야말로 보건안보·기술패권·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국제사회에서 분위기에서 경쟁력 이상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건의료 R&D의 목표를 “보건의료 연구개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과 창출”이라고 말한다. 또 바이오헬스를 ‘넥스트 반도체, 미래 먹거리’라고도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한층 강화된 실용화 기조는 다소 우려스럽다. 정책 추진에 있어 간과한 부분도 감지된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백신 확보 과정에서 어려움과, 개발사의 다소 무리한 요구조차 수용할 수밖에 없는 서러움을 두 번 다시 겪지는 않겠다는 기조.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으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수익에 대한 학습 효과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실용화 기조가 강화될수록 연구자들은 관련 정부 연구 과제에 연연할 수 밖에 없고, ‘과제를 위한 연구’를 할 수 밖에 없다. 백신이 뜨고, mRNA, 디지털헬스케어, 빅데이터 분야에 정부가 집중하면 관련 과제가 우르르 쏟아진다. 그러면 한 푼의 연구비가 아쉬워 다수의 과제를 소화해야 하는 연구자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릴 수 밖에 없다. 이러는 사이 장기적으로 연구강화가 필요한 분야는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정부도 기초연구 투자 비율을 늘리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발언, 관계부처 장관의 메시지다. 사실 기초연구투자보다 실용화 기조를 강화해온 것은 역대 정부마다 이어져왔지만, 문제는 코로나19가 이런 분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점이다.
실용화에 집착하게 되면 소위 ‘써먹을 수 없어 보이는’ 연구는 고사될 수 밖에 없고, 또 다른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전 세계가 전략축구를 할 때 우리는 ‘실용화’라는 공만 쫓는 조기축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를 가능케 하는 것은 다양한 기초연구가 뿌리내리고 나서야 가능하다.
김양균 기자(ange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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