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비 “우울증으로 미술치료 시작, 악플 피해자로서 목소리 내고 싶었죠”[EN:인터뷰①]

황혜진 2023. 4. 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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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악플 피해자로서 방관하고 묵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가수 겸 화가 권지안(솔비)은 4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갤러리치로에서 뉴스엔과 만나 에세이 '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 출간 및 개인전 'Moi-MÊME'(무아멤무) 개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권지안은 3월 31일부터 시작된 이번 개인전을 통해 미술과 음악, 일상이라는 세 가지 색(色)의 삶을 담은 10년의 여정을 펼친다. 권지안은 2012년 첫 개인전을 필두로 약 10여 년간 꾸준히 미술을 통해 진솔한 감정과 사회에 대한 시선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1년 처음 캔버스에 그린 작품 ‘방황’ 부터 2015~2019년까지의 ‘셀프-컬래버레이션’ 작업, 최신작 ‘허밍’ 시리즈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공개된다.

프랑스어로 나 자신을 의미하는 'Moi-MÊME'는 3월 23일 발매된 권지안의 두 번째 에세이 ‘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와 맥을 같이 한다. 에세이 역시 지난 10년 동안 권지안이 작가로서 구축해 온 삶과 예술, 생활, 가치관 등이 담담하게 서술된 책이다. 숱한 상처로 무너지는 데 그치지 않고 인생의 다음 챕터로 나아가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내는 사람 권지안의 이야기가 담겼다.

에세이 발간으로 권지안은 다시 한번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권지안은 2014년 첫 에세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답게'를 펴낸 후 10년에 한 번씩 책을 내자는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 에세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답게'가 10년 전의 패기와 열정, 막연히 행복해지고 싶고 나다워지고 싶었던 20대 청춘 권지안의 간절한 꿈과 희망을 품고 있다면 두 번째 에세이 '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는 숱한 경험을 토대로 용기를 내 갖가지 상처도 당당하게 마주하고 극복해낸 30대 권지의 성장기다.

권지안은 "나 자신과의 목표를 갖고 추진했는데 이번에 감사하게도 책을 출간할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 탈고한 뒤에도 여운이 계속 남아서 아직까지도 책 속에 머물고 있다. 이제 40대의 여정 기록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책 속에 머무르는 상태로 그때의 기억을 다시 책을 보며 느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10년 동안 그때그때 일어난 일에 대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모았어요. 그중 버릴 건 버리고 축약해 책을 출간하게 됐죠. 기억이라는 건 잊혀지는데 책을 보면서 스스로 정말 치열하게 살았고, 잘 견뎌냈구나 싶었어요. 덕분에 순간순간의 기억도 다시 나더라고요. 잊어버렸던 상황들을 책을 다시 보며 상기하게 되고, 다시 용기를 내게 된다는 점에서 이정표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라는 제목 역시 권지안다운 타이틀이다. 권지안은 "제목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가장 날 잘 나타낼 수 있는 제목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다가 '난 내가 계속 궁금하기 때문에 예술의 모티브 또한 내가 될 수 있고, 끝없이 도전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을 궁금해한다는 건 내 안의 잠재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도 당신이 당신을 궁금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06년 혼성그룹 타이푼 보컬 솔비로서 연예계에 입성한 권지안은 데뷔 초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재치 있는 입담으로 연일 주목받았다. '로마 공주', '여자 유재석' 등 수식어가 생겨났지만 마냥 긍정적인 시선만 존재했던 건 아니다. 무차별적 악성댓글에 숨이 턱턱 막히던 시간도 거쳤다. 2009년 찾아온 슬럼프와 깊은 우울감에 고통받다가 의사의 권유로 미술치료를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갑자기 예술가가 되겠다는 것이냐" 따위의 비아냥은 물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조롱과 욕설이 따라붙었다. 권지안은 에세이를 통해 "지금껏 돌멩이나 총알마저 관심이라고 애써 위로하며 방치했다"고 털어놨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임할 때 돌멩이처럼 날아온 악플도 관심이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자극적인 것인 거친 돌이나 칼은 스스로 구분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관심의 노예가 돼 끌려다니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러한 마음이 미술을 통해 더 확고해졌어요. 미술을 통해 명확한 판단과 생각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에세이를 쓰면서도 글을 더 단호하게 쓰려고 했어요. 분명한 메시지를 문맥에 맞게 전달하고자 했죠."

사과를 오브제로 활용한 '애플(Apple)' 시리즈에도 이 같은 소신이 반영됐다. 권지안은 "나한테 가장 많이 달린 댓글 중 하나가 '너 사과는 그릴 줄 아니?'였다. 기본기에 대한 조롱이 많았다. 내 그림을 보면 아실 수 있듯이 외적 대상보다 내적 정서에 더 기준을 많이 두는 편이다. 사이버 세상 악플 문화에 대해 정의하고자 A부터 Z까지 폰트를 만들었다. 사과를 통해 악플이 난무하는 세상이 정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다. 여러 조롱을 뚫고 나온 하나의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권지안은 개인적 상처에 매몰되기보다 악플 문화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케이크 논란 이후 사이버불링 피해를 겪은 그는 개인전 'Just a Cake-Piece of Hope'(희망의 조각)을 통해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했다.

권지안은 "연예인으로 살며 많은 분들께 음악을 들려드리고 웃음과 위로를 드리기도 했지만 미술을 통해 아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회 곳곳의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범죄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애매모호한 선에 놓여 있는 피해자들이 굉장히 많다. 나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예술은 그런 것들에 대해 외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로서 방관하고 묵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연예인 활동을 함께하는 예술가로서 사명감 같은 감정도 느껴요. 제 인지도가 힘이 될 수 있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데 쓰고 싶어요. 저처럼 방법을 모르고 많이 방황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후배나 동료들에게도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권지안은 음악, 미술 활동과는 별개로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치유받고 있지만 사실 완전한 치유, 치료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심리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 쏟아내는 것만이 치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아가야 치유가 되는 것 같다. 한 발짝씩 나아가는 데 용기가 필요한데 사실 용기를 내는 순간 또한 굉장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내 옆에 있어 주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치유인 것 같아요. 옆에서 손잡아 주는 사람들, 절 믿고 동행해 주는 사람들.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죠. 무엇인가를 저지르고 도전하고 매 순간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 진정으로 치유된다고 느껴요. 머물러 있지 않고 나아가는 게 치유의 근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엠에이피크루, 갤러리치로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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