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두고 면접 시작…‘임종룡式’ 선임은 다를까

허인회 기자 2023. 4. 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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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선출에서 벗어나 ‘오디션’ 형식 도입
금융당국 관심 속 투명성·전문성 모두 확보할까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에서 열린 개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이번 선임 과정의 두드러진 면은 약 60일 동안 '오디션' 형식으로 4단계에 걸쳐 심층 검증 절차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나온 새로운 형식의 임원 선출 프로그램이다. 이는 기존 '깜깜이 선임'에서 벗어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시도가 다른 금융지주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1일 우리은행장 1차 후보군 4인의 검증이 시작된다. 후보 4인은 이날 우리금융지주 정기이사회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등 이사진에게 업무현황과 향후 목표 등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사실상 이날 이사회를 1차 면접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과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을 차기 우리은행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으로 선정했다.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일종의 '오디션' 형식을 차용한 '4단계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으로 차기 수장을 뽑는다는 점이다. 그간 시중은행장 선임은 이사회 내 자추위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등에서 몇 차례 내부 논의만으로 은행장을 선임해왔다. 이런 이유로 자추위원장을 맡는 지주 회장에 의해 자회사 CEO가 결정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첫 CEO 인선에 나선 우리금융은 △분야별 외부전문가 심층 인터뷰 △임원 재임기간 중 평판조회 △회장의 역량평가 및 이사회 보고평가 등 3단계 검증을 거쳐 2명의 2차 후보군(쇼트리스트)을 추릴 예정이다. 이후 자추위의 심층면접과 경영계획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최종 은행장을 뽑는다. 총 4단계의 절차를 통과해야 우리은행장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5월 말 차기 신임 우리은행장을 최종 선임할 방침이다.

오디션 형식은 최근 두 번의 대구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DGB금융이 택했던 CEO 육성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앞서 DGB금융은 계열사 OJT, 어학연수, CEO 아카데미 등 여러 단계에 거쳐 대구은행장을 뽑았다. 새 CEO가 선임되자마자 차기 CEO 육성에 나서는 DGB금융은 해당 프로그램을 2년에 걸쳐 진행한다.

임종룡 "회장의 선임 권한 내려놓는 것…당국 요구에 응답"

우리금융이 새로운 형식의 CEO 선임 프로그램을 선출한 데는 당국의 영향이 크다. 지난 3일 대구 DGB금융 본점에서 열린 '지배구조 선진화 금융포럼'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이사회의 경영진에 대한 감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유능하고 적격성을 갖춘 인재가 CEO(최고경영자)로 선임될 수 있는 경영승계 프로그램 운영 및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연임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최근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어떻게 보면 회장이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만드는 것이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하는 금융정책, 감독당국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은행장 선임에 영향을 미쳐온 지주 회장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평가로 은행장을 뽑겠다는 게 임 회장의 구상이다.

금융권에선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 반복돼 온 파벌 갈등도 고려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발표된 롱리스트의 면면을 보면 그룹 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의 균형을 맞췄다. 이석태·조병규 후보는 상업 출신, 강신국·박완식 후보는 한일 출신이다. 출신 은행별로 양분한 상태에서 '오디션'을 통해 투명하게 후보 검증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실제로 임 회장은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점 개소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상업은행 출신 간의 파벌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20여 년 전 당시 한일, 상업은행 합병을 담당했었는데 그 당시 대단한 싸움이 있었다"면서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이 희석되고 통합 세대들이 올라오니까 점차 없어지리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파벌 갈등이 남아있어 제가 외부에서 온 만큼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접근이 제일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은행장에 이은 최고위급 임원인 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석태 부행장과 강신국 부행장이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박완식 대표와 조병규 대표도 은행 내에서 '영업통'으로 꼽혔던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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