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잇단 성비위 사건에 갑질까지 "조직문화 탓"
최근 비위행위 저지른 임직원 4명… JTBC 기자 갑질 의혹 추가로 받아
도마 위에 오른 JTBC 조직문화… "윤리의식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중앙그룹, 특히 JTBC가 최근 불거진 임직원들의 비위 사건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JTBC 기자들은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를 문제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금과 같은 조직문화가 유지된다면 문제 재발을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을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는 JTBC에서 이 같은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회사의 명운을 걱정하는 직원도 있다.
최근 성추행·갑질 등 문제를 저지르거나,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은 중앙그룹 임직원은 총 5명이다. 몽골 출장을 간 JTBC 기자 2명이 타 언론사 기자들을 성추행해 도마 위에 올랐으며, JTBC 윤 모 기자 역시 지난달 성비위 사건으로 해고 징계를 받았다. JTBC에서 디자인센터장을 역임한 중앙홀딩스 상무 역시 부하직원을 상대로 한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고 자회사로 전보됐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JTBC ㅇ기자도 부하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측이 진상규명에 나섰다. JTBC 측은 “공식 절차를 밟는 중이다.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상세한 설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JTBC에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JTBC 여성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미투 보도를 선도적으로 해온 JTBC 구성원이 가해자라는 사실에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최근 잇따른 성 비위는 개인의 잘못뿐 아니라 조직문화의 탓도 있다. 잘못이 반복돼왔지만 문제의식조차 없었던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도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JTBC 여성기자협회는 사측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 △사내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 진행 △젠더데스크 신설 등을 요구했다.
JTBC 구성원들도 내부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JTBC A기자는 “현재 데스크 중 여성데스크가 없는 상황”이라며 “(조직 내부에서) 여성의 시각, 목소리가 많이 대변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입이 아니면 기자들이 폭언을 하거나 괴롭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보통 신입 직원이나 AD·인턴 등 약자를 대상으로 삼아서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개인의 문제도 크고 이를 감시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B기자도 조직문화를 문제로 꼽았다. B기자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내부에서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공론화가 안 됐을 뿐이지 안 좋은 일이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직 내부 윤리의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조직생활에서 해선 안 되는 행동의 경계는 명확한데, 암묵적으로 그런 문제들을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B기자는 “성폭력 사건을 신고할 수 있는 절차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직원이 얼마나 있겠는가”라고 물으면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언론사에서 이런 일이 불거진 게 무슨 모순인가”라고 자책했다. JTBC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C씨는 “이전부터 인턴(을 대상으로 한) 갑질은 있었다”며 “현재 내부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징계는 적절히 이뤄지고 있지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B기자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의 징계 절차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징계를 내릴 일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JTBC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는 기자들도 있었다. D기자는 조직 내부의 동요가 심하다면서 “회사 이름도 말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JTBC는 타사 기자에게 성추행을 한 기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 위해 진상규명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JTBC 기자들은 강제추행 혐의로 고발당했다. JTBC 관계자는 “한국기자협회와 투명한 진상조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재발방지책 등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치 이후 곧바로 현실화해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기자협회 JTBC지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JTBC 관계자는 “JTBC 내부에서 연달아 사건이 벌어지는 것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최근 사내에서 발생한 다른 인사 사안들은 같은 기준으로 처리해왔다. 재발방지책은 빠른 시간 내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짧은 기간에 많은 문제가 불거진 건 사내 조직문화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JTBC는 일반 사기업이 아니라 언론사다. 윤리적 측면이나 사내 조직문화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다면 내부 점검이 필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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