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평균 6.7만명 타는 ‘신림 경전철’, 출근길 붐벼도 만족도 높은 이유는
일평균 승하차 인원 김포골드라인의 86%
열차 작지만 운행구간 짧고 지하철 4개 환승 가능
“혼잡도 가른 건 ‘방향성’과 ‘대중교통 대안’”
비 내리는 18일 화요일 오전 7시, 경전철 신림선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신림역에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가장 붐빈다”고 신림 경전철 운영사 관계자가 설명했지만 호흡곤란 사고가 발생한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같은 혼잡함은 없었다. 승강장에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노래를 듣는 시민들이 질서있게 줄지어 서있었다.
작년 5월 개통한 신림선은 여의도 샛강역과 신림역 등 서울 도심 출퇴근길을 가로 지르는 운행 구간 8.1km짜리 경전철이다. 버스로만 30분 넘게 걸리던 여의도~관악 구간 이동시간을 16분 정도로 단축했고 지하철 1·2·7·9호선과 환승 돼 서울 직장인들의 발로 자리 잡았다. 작년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신림선의 일평균 승하차량은 6만7700명으로 김포골드라인(7만8000명)의 86% 수준이다.
신림선은 서울 도시철도 중 열차 크기가 가장 작아 수용가능인원이 160명(3량)에 불과하다. 김포골드라인은 170명(2량)이다. 그럼에도 운행구간이 김포골드라인의 3분의1에 불과하고 지하철 4개 노선으로 환승 가능 하도록 설계된 덕분에 인원이 적절하게 분산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정도가 되자 신림역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경전철에 오르자 작은 칸에 사람들이 빽빽히 차있었다. 노력해도 한두 명은 닿을 수밖에 없는 밀도였다. 신림역에서 만난 70대 직장인 B씨는 “조금 있으면 사람이 더 많아지고 퇴근시간에도 많다”고 설명했다.
경전철이라 열차가 작아서인지 운행 진동이 비교적 컸다. 가끔 급정거를 해 시민이 넘어질 뻔 하기도 했다. 신림선이 운행을 시작한 바로 다음달인 작년 6월 21일 저녁 6시30분, 개통한 지 한달도 안돼 차량 추진 제어장치 소손(불에 타서 부서짐)으로 인해 2시간동안 운행을 중단했다. 같은해 10월 29일에는 열차 운행정보 입력 오류로 인해 열차가 3개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일도 발생했다. 11월 17일 오후 6시 32분에는 궤도설비 이상으로 안내레일에 단차가 발생해 1시간 25분가량 운행이 중단됐고 다음날인 11월 18일 아침 7시 52분에는 차상신호장치보드의 휴즈 소손으로 인해 열차가 37분간 지연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열차 운행 지연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다. 신림선 도시철도의 고객의 소리에 올라온 최신글을 보면 15개 글 중 5개가 열차 시간 지연과 관련된 내용이다. 관악산역부터 샛강역까지 이동하는 데 원래 16분이 걸리지만 이날은 3분 늘어난 19분이 걸렸다.
그러나 시민들은 신림선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신림선이 2022년 5월 말 개통되면서 이동 시간이 짧아졌거나 이동 경로가 편해졌다는 것이 주 의견이다. 가끔 출근 시간대에 신림선을 이용하는 학생 김모(29) 씨는 “버스 타는 시간과 막히는 시간까지 포함해 비교하면 한 시간 가까이 걸렸던 이동 시간이 15~20분 정도 짧아졌다”고 했다.
특히 교통체증이 심했던 신림로의 서원역~서울대벤처타운 구간을 철도로 이어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출퇴근용으로 신림선을 이용하는 연구원 남모(27) 씨는 “서원동쪽부터 서울대벤처타운까지 버스로 가면 많이 막혔는데 그 구간을 쭉 지나가니까 출근 시간이 10~20분 줄었다”며 “배차 시간도 괜찮은 편이다”고 밝혔다.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김포골드라인과 신림선의 혼잡도를 가른 요인으로 ‘방향성’과 ‘대중교통 대안’을 꼽았다. 김포도시철도는 김포 신도시의 인구를 서울까지 연결시키는 방향성을 갖지만, 신림선은 주거지와 직장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도심 내에서 사람들이 이동을 돕는 수단이기 때문에 혼잡도가 높지 않은 것이라 분석했다.
김 교수는 “서울 도심에는 대체 노선도 많고, 신림선의 관악산역을 보더라도 해당 역까지 가는 대안적 루트도 많아 융통성이 높다”며 “김포는 이에 상응하는 대안 노선이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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