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내 손은 '얼음장'"…가볍게 볼 수 없는 '시림', 숨은 질환은

정심교 기자 2023. 4. 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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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음료를 즐겨 찾게 되는 계절이 왔다. 이 음료를 마시면서 이가 시리고 찌릿찌릿한 느낌을 받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이 같은 '시림' 증상을 어떤 사람은 치아뿐 아니라 손과 발에서도 느낀다. 마치 손과 발로 얼음을 씹어먹은 듯 시린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 이들 증상 대부분은 극심한 통증까지는 아닌 데다, 좀만 참으면 증상이 사라진다는 데서 방치하고 넘기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시린 증상은 의외의 질환이 숨어있다고 주인에게 보내는 몸의 경고일 수 있다. 시린 증상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부위별 시림 증상의 원인 질환과 발생 기전을 들여다본다.

손발 시리고 냉감 느껴지면 '수족냉증' 의심
따뜻한 곳에 있어도 손발에 냉감이 느껴지면서 시리다면 '수족냉증'을 의심할 수 있다.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온도에서 손이나 발이 지나치게 차가운 상태를 가리킨다.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은 보통 추위 등 외부 자극으로 인해 혈관이 수축하면서 손발 같은 말초 부위에 혈액이 적게 공급돼 냉감과 시린 증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꼭 춥지 않은 곳에 있어도 손발의 냉감이 나타날 수 있다.

수족냉증 환자는 무릎이 시리기도 하며 아랫배·허리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냉기를 느끼기도 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고, 그중 40대 이상의 중년 여성에게 흔하게 발생한다. 그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호르몬 변화가 크고, 예민한 경우가 많아서다. 출산·폐경을 경험한 여성에게도 빈번한데 이 역시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다.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긴장도 수족냉증을 부른다.

수족냉증이 있는 경우 다양한 질병의 동반 증상일 수 있어 감별 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대표적인 예가, 손발이 찬 증상이 나타나는 '레이노 증후군'이다. 손이 자주 저리면서 체온과 손발의 온도 차가 2도(℃) 이상인 경우, 피부 색깔이 푸른색으로 변하면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레이노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손목 터널 증후군, 류머티즘성 관절염, 갑상샘기능저하증, 갱년기 증상도 수족냉증을 달고 온다.

원인 질환이 없는 수족냉증은 더 진행하거나 다른 합병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족냉증의 원인 질환이 발견됐다면 원인 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평소 손발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
손발 시리면서 화끈거리면 '다발성 신경병증'
손·발 등 말초 부위가 외부 자극과 상관없이 시리고, 화끈거리며,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다발성 신경병증'을 의심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손·발의 감각 저하가 동반되고, 전기가 오르는 듯 저릿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발성 신경병증은 말초신경이 손상당해 발생하는 신경학적 장애다. 말초신경은 뇌·척수에서 뻗어 나오는 신경 가지로, 손·발에서 느낀 감각을 중추신경계에 전달하고, 중추신경의 명령을 말초로 전달한다. 다발성 신경병증은 갑자기 나타나거나 장기적·점진적으로 천천히 진행할 수 있다. 환자 대부분은 감각·운동 신경의 장애를 초래하며,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질환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눈다. '급성' 다발성 신경병증은 감염, 자가면역 반응, 약, 항암제 같은 독성 물질 때문에 발생한다. '만성' 다발성 신경병증은 당뇨병, 알코올 중독, 영양 결핍, 신부전, 간부전 같은 대사성 질환이 원인이다.

다발성 신경병증은 '신경 전도 검사'와 '근 전도 검사'로 진단한다. 신경 전도 검사는 말초신경의 전기적인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데, 어떤 부위의 신경이 어느 정도로 손상당했는지를 파악한다. 근 전도 검사는 근육을 바늘로 찌른 후 전기 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말초신경의 손상 정도를 확인한다.

저리거나 화끈거리는 감각 증상을 치료할 땐 삼환계 항우울제나 항경련제 같은 약이 도움 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조절해야 하며, 약물이나 독성 물질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원인 물질을 피해야 한다.

찬물에 시렸다가 뜨거운 물에 아프면 '충치' 진행 중
많은 사람이 이가 시릴 때 '충치'(치아우식증)부터 의심한다. 충치는 입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설탕·전분 등을 분해할 때 생기는 산(酸) 성분이 치아의 법랑질(치아 머리 표면을 덮는 단단한 물질)을 공격해 상아질(법랑질 안쪽 조직)과 치수(상아질 안쪽 조직)까지 썩어들어 가는 질환이다.

그런데 모든 충치 환자가 이가 시린 건 아니다. 충치 단계별 '이가 시릴 때'가 따로 있어서다. 충치는 치아의 썩은 범위에 따라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썩은 부분이 법랑질에 한정한 경우(1단계), 법랑질과 상아질 경계 부위까지 진행한 경우(2단계), 상아질까지 진행한 경우(3단계), 치수까지 진행한 경우(4단계), 치수가 괴사한 경우(5단계)다.

이 가운데 2~3단계에선 찬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시리고 불편감을 느낀다. 반면 4단계에선 찬 음식을 먹을 때 오히려 통증이 줄어들고, 뜨거운 음식에 통증을 느낀다.

충치가 심해져 염증이 치아 내 신경까지 퍼지면 '근단 주위 농양'으로 진행할 수 있다. '급성' 근단 주위 농양일 땐 치아 뿌리에서 부종이 발생하고 체온이 오르거나 두통을 동반한다. 이럴 경우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 모두에 시리고 예민해지며 치아를 살짝만 만져도 깜짝 놀랄 정도의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만성의 경우 통증은 없지만, 잇몸에 누공(관 모양의 통로)이 생긴다.

이처럼 충치는 방치할 경우 썩는 부위가 점차 넓어지고 치료법도 복잡해지므로 주기적인 치과 검진이 필수다. 치수까지 썩어들어 가면 신경치료가 필요하며, 치아 파괴 정도에 따라 치아에 크라운을 씌우거나 심한 경우 치아를 빼고 임플란트를 심어야 할 수도 있다.

당류가 많이 든 음식과 음료수, 입 안에서 쉽게 씻겨 나가지 않는 음식 등의 섭취를 자제하거나 식사 후 3분 이내 양치질을 실천해야 한다. 섬유소가 많이 든 채소는 입속에서 빗자루 역할을 해 충치를 줄일 수 있다.
발 시리고 저리며 혈당 높다면 '당뇨발' 의심을
흔히 '당뇨발'로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 질환은 당뇨병의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선 당뇨병 환자 4명 가운데 1명꼴로 당뇨발이 생긴다.

당뇨발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신경 장애로 인한 이상 감각이다. 당뇨발 초기엔 발이 시리고 저리며 화끈화끈하다. 이 증상이 좀 더 진행하면 발에 뭔가 붙어 있는 듯한 느낌, 발을 밟을 때 모래·구슬 위를 걷는 듯한 느낌 같은 다양한 이상 감각이 나타난다. 이러한 이상 감각과 통증으로 인해 불면증까지 찾아오기에 십상이다.

신경이 완전히 파괴되면 발의 감각이 둔해져 더 위험해진다. 발에 쉽게 상처가 나고, 다치거나 고름이 잡혀도 자신은 정작 아픈지 모른다. 상처가 커지고 심해져야 비로소 알아챈다. 이들 환자는 발이 자주 붓고, 피부에 땀이 나지 않아 건조해져 갈라지고 상처가 쉽게 난다.

운동 신경의 이상으로 인해 발가락의 작은 근육이 마비되면 발이 갈퀴처럼 변형돼 신발이 잘 맞지 않게 되고, 굳은살·상처가 잘 생긴다. 자율 신경에도 이상이 생겨 발에 땀이 잘 나지 않거나 건조해진다. 또 혈액 순환 장애로 발이 시리거나 차가워지며, 발가락이 갑자기 까맣게 썩기도 한다.

당뇨발은 당뇨병 환자 가운데 당뇨병을 오래 앓아왔거나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을수록,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당뇨병을 앓으면 혈액 순환이 잘 안되고 감각이 둔해지며, 세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발에 상처가 생겨도 잘 느끼지 못하며, 치유력과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가벼운 상처도 빠르게 진행해 궤양·괴저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발·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 있어 위험하다.

당뇨발 대부분은 사소한 상처에서 시작한다. 당뇨발이 있다면 환자 스스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발톱이 파고 들어가는 상처, 발톱을 깎다가 생기는 상처, 꼭 끼는 신발로 인한 물집·굳은살, 뜨거운 목욕탕에서 생긴 물집 등은 당뇨병 환자가 당뇨발 예방을 위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건강 정보.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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