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 번씩 쿠데타 일어나는 나라…수단에서 무슨 일이?

김희원 2023. 4. 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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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호 아래 10만대군으로 성장한 민병대 RSF
바시르 축출 후 군부 정권 장악…‘수단의 봄’ 멀어져
정부군 편입 두고 두 군벌 지도자 갈등→무력충돌

수단 군벌간 무력충돌이 격화하면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가 200명에 육박하고 부상자는 1800명에 이른다. 사상자 중엔 민간인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번 충돌은 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15일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의 교전으로 시작됐다. RSF가 대통령궁, 육군참모총장 거처 등을 비롯한 주요 시설을 장악했다고 주장하자 정부군이 전투기를 동원한 반격에 나서면서 사태가 커졌다. 정부군은 RSF를 반군으로 규정하고 이번 충돌을 ‘쿠데타 시도’라고 비판했다. 
막서 테크놀러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17일(현지시간) 수단 하르툼 국제공항의 항공기들이 파괴돼 있다. 하르툼=AP뉴시스
보통의 한국사람이라면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는 건 거의 없는 나라가 수단이다. 수단은 1956년 독립한 후 15번에 걸친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최근 5년 내에만 세번이다. 수단에선 무슨 이유로 이처럼 자주 무력충돌이 발생할까.

◆‘다르푸르 학살’ 주범 RSF와 정부군의 권력갈등

외신들은 이번 무력충돌이 RSF의 정부군 편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RSF는 원래 정부의 지원으로 창설된 민병대였다. 세계 최악의 독재자로 꼽히는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이 아랍계 정부와 토착민 세력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처음 조직한 ‘잔자위드 민병대’가 RSF의 전신이다.

이들이 벌인 일이 바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다르푸르 대학살’이다. 잔자위드는 정부에 반하는 아프리카 토착 종족을 상대로 학살, 고문, 성폭행, 방화, 약탈 등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다르푸르에서는 6년간 30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잔자위드는 정부의 비호 아래 성장해 2013년 RSF(The Rapid Support Forces)로 창설됐다. 정부군이 아닌 이들은 이름 그대로 무력이 필요한 곳에 즉시 투입되는 용병집단으로 성장했다. 국경 수비 역할을 맡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의 지원을 받으며 2015년 예멘 내전에 참전했다.
2021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수단 군부 지도자 압델 파타 부르한(왼쪽)과 반란을 일으킨 신속지원군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AFP연합뉴스
2019년 ‘아랍의 봄’ 물결이 일면서 수단에서도 문민정부 수립을 열망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바시르 정권이 시위대를 탄압했지만 수단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바시르의 30년 독재는 막을 내렸다. 

현재 수단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RSF를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은 2019년 당시 손을 잡고 바시르를 축출했다. 

그러나 수단의 봄은 오지 않았다. 이후 세워진 과도정부가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 했으나 2021년 부르한과 다갈로가 다시 한번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해산됐다. 

수단은 양대 군벌에 의해 장악됐다. 하지만 이들의 동행도 머지 않아 흔들리게 됐다. 향후 통치 방향을 두고 이견이 생긴 탓이었다.

◆군벌간 이권다툼 혹은 ‘신냉전’의 대리전

이번 충돌은 표면적으로 정부군과 RSF의 권력 갈등에서 비롯됐다.

부르한이 RSF의 편입을 서두른 것은 날로 커지는 RSF 세력을 위협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RSF의 규모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최근 RSF는 전국에 조직원들을 배치해 정부군을 더욱 압박했다.

다갈로로서는 1년에 50t 이상 금이 생산되는 다르푸르지역 금광 통제권을 정부에 넘기는 것을 꺼렸을 것으로 보인다. RSF는 금 밀매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지난해에는 러시아 용병단인 와그너그룹과 금광 채굴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충돌의 배경을 신(新)냉전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서방과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다툼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수단의 운명이 서방, 특히 미국에 관심사로 유지돼 왔다면서 수단이 서방과 러시아간 확대된 글로벌 대립 구도에서 발화점이 돼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수단의 하르툼 공항 인근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단은 아랍 문화권과 아프리카의 교차 지역에 위치해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게다가 막대한 천연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이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주변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수단 진출을 꾀해왔다.

특히 바시르 대통령 축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수단에 민주주의 정부가 세워지도록 다각도로 지원했다.

러시아도 수단 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키웠다. 러시아는 와그너그룹을 통해 수단 군부를 적극 지원해왔으며, 홍해 연안 항구에 군함 정박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도 수단의 천연자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16일 수단의 무력 충돌을 우려한다며 휴전을 촉구한 데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는 수단의 이번 사태가 본격적인 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수단 특사를 지낸 캐머런 허드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면서 “분쟁을 빠르게 종식하고 민간과 대화를 재개하는 데 실패하면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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