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 번씩 쿠데타 일어나는 나라…수단에서 무슨 일이?
바시르 축출 후 군부 정권 장악…‘수단의 봄’ 멀어져
정부군 편입 두고 두 군벌 지도자 갈등→무력충돌
수단 군벌간 무력충돌이 격화하면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가 200명에 육박하고 부상자는 1800명에 이른다. 사상자 중엔 민간인도 다수 포함돼 있다.
◆‘다르푸르 학살’ 주범 RSF와 정부군의 권력갈등
외신들은 이번 무력충돌이 RSF의 정부군 편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RSF는 원래 정부의 지원으로 창설된 민병대였다. 세계 최악의 독재자로 꼽히는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이 아랍계 정부와 토착민 세력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처음 조직한 ‘잔자위드 민병대’가 RSF의 전신이다.
이들이 벌인 일이 바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다르푸르 대학살’이다. 잔자위드는 정부에 반하는 아프리카 토착 종족을 상대로 학살, 고문, 성폭행, 방화, 약탈 등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다르푸르에서는 6년간 30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현재 수단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RSF를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은 2019년 당시 손을 잡고 바시르를 축출했다.
그러나 수단의 봄은 오지 않았다. 이후 세워진 과도정부가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 했으나 2021년 부르한과 다갈로가 다시 한번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해산됐다.
수단은 양대 군벌에 의해 장악됐다. 하지만 이들의 동행도 머지 않아 흔들리게 됐다. 향후 통치 방향을 두고 이견이 생긴 탓이었다.
◆군벌간 이권다툼 혹은 ‘신냉전’의 대리전
이번 충돌은 표면적으로 정부군과 RSF의 권력 갈등에서 비롯됐다.
부르한이 RSF의 편입을 서두른 것은 날로 커지는 RSF 세력을 위협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RSF의 규모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최근 RSF는 전국에 조직원들을 배치해 정부군을 더욱 압박했다.
다갈로로서는 1년에 50t 이상 금이 생산되는 다르푸르지역 금광 통제권을 정부에 넘기는 것을 꺼렸을 것으로 보인다. RSF는 금 밀매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지난해에는 러시아 용병단인 와그너그룹과 금광 채굴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충돌의 배경을 신(新)냉전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서방과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다툼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시르 대통령 축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수단에 민주주의 정부가 세워지도록 다각도로 지원했다.
러시아도 수단 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키웠다. 러시아는 와그너그룹을 통해 수단 군부를 적극 지원해왔으며, 홍해 연안 항구에 군함 정박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도 수단의 천연자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16일 수단의 무력 충돌을 우려한다며 휴전을 촉구한 데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는 수단의 이번 사태가 본격적인 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수단 특사를 지낸 캐머런 허드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면서 “분쟁을 빠르게 종식하고 민간과 대화를 재개하는 데 실패하면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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