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못 내는데 PC방?"…2살아들 굶겨죽인 엄마에 판사가 한 말

지난 2월 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씨(24·여)가 구속 전 피의자 심사(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2살 아들을 사흘 동안 집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18일 오전 인천지법 형사15부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4·여)씨 측은 "법리적으로 아동 유기·방임죄와 아동학대살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면서 "PC방에 간 것은 피해자가 잠든 시간이거나 전기가 끊겨 휴대폰을 충전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무료인 영유아 검진과 필수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며 "이는 국민 의무가 아니라 복지혜택이므로 아동학대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기요금을 못 내서 PC방을 간다는 게(이해가 가질 않는다)"라고 말하자, A씨 측 변호인은 "범행 기간 중 전기가 들어온 때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늦은 시각 아이가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나간 것이다"고 답했다.

재판부의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했는지와 주변에 도와줄 사람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주변에 빌렸고, 부모가 이혼했는데 아버지는 연락이 되질 않고 어머니는 재혼해서 도와줄 여력이 되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측이 살인의 고의성까지 부인하자 "방치한 시간이 장시간인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있나"라면서 "아이를 홀로 놔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나?"고 묻자 A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 아동의 친부 측 변호인도 참석했다. 친부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러 간 것이 아니다"라면서 "피고인은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거나 같이 있기 위해 피해자를 방치한 것이지 생계의 어려움과는 무관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허리가 아프다며 순간순간 얼굴을 찡그리는데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A씨는 이날 허리를 붙잡은 채 얼굴을 찡그리며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어딘가 불편한가"라는 재판부의 물음에 "지난주 허리를 다쳤다"고 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앉은 채로 재판받았다.

A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중 열릴 예정이다.

A씨는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2일까지 사흘 동안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 생후 20개월 아들 B군을 홀로 두고 외출하는 등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년간 60회에 걸쳐 총 544시간 동안 상습적으로 B군을 집에 홀로 방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군이 숨진 채 발견되기 사흘 전인 지난 1월 30일 오후 1시쯤에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두고 다른 음식이나 물은 전혀 제공하지 않은 채 집을 나왔다.

당시 상습적인 유기와 방임으로 극심한 발육부진과 영양결핍 상태였던 B군은 홀로 60시간 넘게 방치되다가 탈수 등이 복합적 요인으로 작용해 숨졌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