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구호단체까지 무차별 공격하는 혼돈의 수단···와그너 그룹 개입설까지

김서영 기자 2023. 4. 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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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에서 군벌 간 충돌이 사흘 째 이어지며 병원과 구호단체, 외교 공관까지 공격의 표적이 됐다. 이웃 국가들로까지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러시아 민간 용병그룹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병원, 구호단체, 외교 공관까지 공격

17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이 교전 중인 수도 하르툼에서 신생아와 중환자가 있는 병원 여러 곳이 공격을 받았다.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하르툼 내 병원 12곳이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른 도시의 병원들 역시 의료진, 음식, 물, 의약품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체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군 본부와 인접한 알모알렘 병원은 RSF 대원들에 둘러싸여 포화의 중심에 놓였다. 이 병원에서 대피한 한 의사는 “그들이 의도적으로 병원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인큐베이터에 아기들을, 중환자실에 환자들을 남겨두고 나왔다면 믿겠느냐”며 “도처에서 죽음의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CNN은 의료진을 인용해 이날 공격으로 병원에 있던 6살 아동 1명이 숨지고 아동 2명이 다쳤으며, 산부인과 병동 외벽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북아프리카 수단의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 유혈 충돌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7일(현지시간) 하르툼 공항에서 항공기가 불타며 검은 연기가 불타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구호단체를 향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다르푸르 지역에서 의료물품과 냉장고, 노트북, 자동차 등을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지난 3일간 수단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제는 공포를 마주하기와 굶어죽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유엔은 무장괴한들이 유니세프, 세계식량계획 등의 구호물자 보관 창고를 약탈하고 불태웠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부상자 대부분이 “교전에 휘말린 민간인이었으며 이중 많은 이들이 아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에선 생존자를 치료할 의료용품이 급속하게 고갈되고 있다. 약과 혈액이 부족해지고 있다. 교전 시작부터 정전이 발생했으며 병원 발전기를 위한 연료 공급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날 수단 주재 유럽연합(EU) 대사관저도 피격됐다. 에이단 오하라 대사는 무사하다고 알려졌지만, 외교공관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미국 외교 차량도 공격을 받았다. 괴한의 옷차림 등으로 볼 때 두 사건 모두 RSF 대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와그너그룹 개입했나···“테러리스트·극단주의 세력에 이익”

수단에선 지난 15일 새벽부터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RSF 간 무력 충돌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RSF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한때는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몰아낸 동지였으나, RSF를 정부군에 통합하는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 이번 대립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주변국으로까지 불안정한 정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수단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 수단의 다른 파벌을 지원하는 역내 패권 국가들 간 경쟁이 작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단과 이웃 국가들. 구글맵

우선 이집트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린다. NYT에 따르면, 이집트는 2019년 알바시르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수단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것을 경계해 왔다. 독재가 자신의 이웃 국가들을 안정시킬 최선의 방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집트는 그동안 정부군 부르한 장군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 주말 사이 RSF가 수단 내 이집트 군인들과 이집트 전투기 7대를 포획한 이후 한층 더 정부군 쪽으로 기울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17일 수단 내 자국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RSF와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단에 주둔하는 이집트군은 수단군과 훈련을 하기 위한 것일 뿐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다. 그들이 휴전을 수락하도록 격려했다”고 선을 그었다.

수단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수단이 끼고 있는 홍해에 해군기지 건설을 모색해왔다. 또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인 와그너그룹은 몇년 전부터 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단에 진출했다. 특히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우크라이나 내 와그너그룹 운영에 자금을 대기 위해 수단-두바이-러시아로 이어지는 금 밀수 통로를 활용하고 있다고 알자지라통신은 전했다. 와그너그룹은 수단 다르푸르에서 금광을 개발하고 있다.

와그너그룹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아쇽 스웨인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는 “수단 내에서의 존재감과 막대한 사업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현 다툼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은 수단 정부에 와그너그룹을 내보내라고 압박했다. 와그너그룹은 수단의 권력을 누가 잡느냐를 둘러싼 이번 싸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와그너그룹은 최근 RSF 다갈로 장군과 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북아프리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한 남성이 파괴된 자신의 집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에게 이익이 되리란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수단 정보기관 출신 한 선임연구원은 아랍연맹이 리비아, 시리아, 예맨 분쟁을 거치며 쪼개져 있는 탓에 수단에서도 효과적인 중재 역할을 맡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단이 무정부지대가 되는 순간 테러리스트들을 위한 광대한 영역이 열린다”고 우려했다.

캐머런 허드슨 국제전략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모두가 각각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누구도 성과를 낸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남수단, 차드, 리비아, 에티오피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주변국은 자국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지역이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미 남수단의 유조선은 수단 항구를 이용하지 못해 석유 수출에 지장을 빚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수단과 국경을 길게 맞대고 있는 차드는 국경을 폐쇄했다. 차드와 인접한 다르푸르 지역이 이번 무력충돌의 핵심이 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차드가 무기 공급의 배후지로 활용될 여지를 우려했다.

내전으로 확대되나···“최소 185명 사망, 1800명 부상”

이번 무력 충돌이 조기에 봉합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볼케르 페르테스 유엔 수단 특사는 “양측과 매일 대화하고 있으나 그들 모두 싸움을 멈출 의지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군과 RSF는 3시간의 인도주의적 휴전을 했으나, 다시 교전이 이어졌다.

로이터는 “정부군은 공군력을 비롯해 우월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RSF 역시 하르툼과 다른 지역에 배치된 약 10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장기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RSF는 다르푸르 지역에서 부족 민병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페르케스 특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망자 185명 이상, 부상자 1800명 이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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