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상임위'로 전락한 '꼴찌' 과방위, 오늘도 회의 취소...왜?

유승목 기자 2023. 4. 18. 16: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석에 '공영방송 지배구조법 개정안' 규탄 팻말이 붙어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방송법 개정안 대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대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대안 등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투표수 12표 중 찬성 12표로 각각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표결 직전 퇴장했다. 2023.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방송법)이 여야 대치정국의 새 화약고로 떠오르면서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식물 상임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양자과학기술 육성 관련 법안 등 처리해야 할 입법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여야 협치가 실종되며 별 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였던 과방위 전체회의가 취소됐다. 과방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주도로 소집된 이날 회의에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다.
"MBC 호위무사"vs"국회마비" 與野 '네 탓 공방'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송 현안과 관련해 최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박성제·최승호 전 MBC 사장 등의 참석을 요구했지만 과방위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합의는 내팽개치고 (민주당이) 회의일정, 안건상정 등 모든 사안을 독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민노총과 노영방송 MBC의 호위무사인양 국민의힘의 요구는 모두 묵살했다"라며 "이재명과 쩐당대회 사건 방탄을 위한 회의 개최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국회법에 따른 여야 합의의 정신을 송두리째 짓밟은 민주당의 전체회의 소집에 정부는 응답할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몽니를 부린다고 반박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이 또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방해를 뚫고 회의라도 열라 치면, 국민의힘은 장·차관 출석을 방해해 회의를 무산시키려 든다"고 했다.
방송법 공방 과방위 '식물 상임위' 전락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방통위 표적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3.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21일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안건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정해 의결하면서 과방위는 제대로 된 상임위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현행 9~11명인 KBS·MBC·EBS 이사 수를 21명으로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 방식도 국회의 영향력을 축소해 학계와 방송단체, 시청자위원회에 분산하자는 게 골자인 방송법을 민주당이 밀어붙이자 여당이 "민주당의 방송 영구 장악법"이라고 반발하며 대화가 단절됐기 때문이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과방위에서 본회의로 직행하게 된 방송법은 오는 20일까지 여야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까지 여야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신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방송법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며 과방위를 벗어난 장외전에 나섰다.

과방위 내에선 더 이상 여야 간 조율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과방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 단독으로 직회부 의결을 해놓고 합의하자는 게 어디 있나"라며 "합의가 될 거였으면 지금 이런 상황이 됐겠느냐"라고 했다.
양자산업 육성법안 등 할 일 태산인데…
방송법을 필두로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 임명까지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과방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입법과제들도 미뤄지고 있다. 과방위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연 전체회의는 단 2회로 17개 상임위 중 가장 적다. 법안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소위 개최 횟수도 4회에 불과하다.

처리해야 할 법안들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당초 이날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안건이었던 양자과학기술 육성 관련 법안이 대표적이다. 챗GPT(chat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를 비롯해 반도체·IT(정보통신)·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어 차세대 먹거리로 관련 산업과 인력을 육성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정부 구상에 여야가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정작 법안처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15일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양자기술 및 양자산업 집중육성에 관한 법률안'과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양자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을 조정한 위원회 대안을 전체회의에 올리기로 의결했다. 당시 박성중 의원은 "양자법이 우리 국회에서 통과되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자평했지만,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표결에 따른 갈등으로 논의조차 못 했고 이날 전체회의도 취소되며 또 다시 밀리게 됐다.

과방위 소속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워낙 오랜 시간 해묵었던 갈등요소인 방송법이 막혀 버리니 다른 법안들까지 줄줄이 막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