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명가 수원 삼성, 이병근 감독 경질…감독만의 문제일까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이 이병근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하고, 최성용 감독 대행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인데, 감독 탓만 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원은 18일 구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적 부진 책임을 물어 이병근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이어 “당분간 선수단은 최성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 계획”이라며 “구단은 위기 극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팀을 본 궤도에 올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원은 2023시즌 개막전에서 승격팀 광주 FC에 0-1로 패한 뒤 7경기째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2무 5패로 승점을 2점만 챙기며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구단은 오는 22일 열리는 라이벌 FC 서울과의 경기를 앞두고 전날 이병근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이병근 감독은 수원의 창단 멤버로 1996년부터 10년간 뛰며 구단의 황금기를 이끈 레전드 수비수였다. 2021시즌 대구 FC 감독 시절에는 팀을 K리그1 3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 도중인 4월 18일 강등권으로 떨어진 친정팀의 부름을 받고 지휘봉을 잡은 지 채 1년도 안 돼 경질됐다.
1995년 창단한 수원은 K리그에서 1998년과 1999년, 2004년, 2008년까지 네 차례나 우승한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이후 리그 우승은 없고, FA컵에서만 3번 우승했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투자 부족과 그에 따른 전반적인 선수단 질 저하다. 수원의 모기업은 2014년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었다. 당시 모기업에서 스폰서십 업체로 역할이 바뀐 삼성전자가 지원 규모를 줄이면 구단 살림이 빠듯해질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투자가 K리그 중위권 팀 수준으로 줄면서 국가대표급 스타 선수들의 유출을 막지 못했고, 중하위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제일기획이 운영 주체로 나선 지 3년 만인 2016년 정규시즌 10위에 머물며 창단 이후 처음으로 스플릿B 무대로 내려왔다. 지난 시즌에는 11위까지 떨어지며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러야만 했다.
구단의 선수 영입, 전력 보강이 번번이 실패한 것도 명가 몰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 영입했던 덴마크 2부리그 득점왕 출신 공격수 그로닝은 리그 14경기 무득점에 그치면서 시즌 도중인 지난해 7월 고국 덴마크로 돌아갔다.
이번 시즌 그나마 믿을 만한 최전방 공격 자원으로 꼽혔던 오현규를 셀틱(스코틀랜드)에 이적시키고, 대체자로 성남 FC에서 뮬리치를 데려왔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뮬리치는 개막전부터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고, 이후 3경기에 나섰지만, 득점은 물론 도움 등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구단은 감독 교체 카드만 꺼내고 있는데 팀 성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감독 교체 주기만 짧아지고 있다. 전임 이임생 감독은 591일, 박건하 감독은 587일, 이병근 감독은 364일 만에 경질 통보를 받았다.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기도 했던 수원 서포터들의 분노는 구단 프런트를 향하고 있다. 리그 경기에서 응원을 보이콧하면서 프런트를 비난하는 걸개를 선보이는 한편, 최근에는 삼성 본사 앞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수원 서포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단에 자본제휴, 매각, 공동소유 등 모기업의 지원 축소 등에 대처할 방안을 촉구하라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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