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쏟아지는 뒷북대책…‘김포골병라인’의 진짜 해결책은

박재홍 2023. 4. 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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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김포·서울시 “전세버스·리버버스 도입”
전문가들 “김포골드라인 집중도 완화 실효성 의문”
김포골드라인 건설시 수요예측 잘못이 근본 원인
“광역버스 노선 및 버스전용차로 확충에 집중해야”
‘이미 가득 차 있지만…’ - ‘이미 가득 차 있지만…’ (김포=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 승객 과밀 현상이 이어진 18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역 하행선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만원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3.4.18 tomatoyoon@yna.co.kr (끝)

지옥철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김포골병라인’으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완화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2019년 개통 이후 지금까지 미온적 대응을 보이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11일 승객 2명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포신도시의 인구 증가가 예상 됐음에도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채 2량 짜리 ‘꼬마열차’로 만들어 진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김포·서울시 전세, 수요응답형버스 및 한강 리버버스 도입

경기도와 김포시는 18일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직행 전세버스와 수요응답형버스(DRT)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오는 24일부터 김포골드라인 대체 노선인 70번 버스 노선에 직행 전세버스를 투입해 배차간격을 현재 15분에서 5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7월부터 투입되는 수요응답형버스 30대는 마트폰 앱으로 호출, 예약, 결제하고 바로 탑승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도와 시는 장기적으로 서부권 광역 급행철도 개통을 신속히 추진해 혼잡률을 현재 242%에서 20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서울시도 이날 김포와 서울을 배로 연결하는 ‘리버버스’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연내 도입을 목표로하는 ‘리버버스’는 1회 수송 가능인원이 200명 내외로 행주대교 남단부터 잠실까지 10개 선착장 약 30㎞ 구간을 운영한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여의도까지 20분 가량 걸릴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김포시에서 제안한 수륙양용버스 도입도 고민했지만 대당 20~30억원에 달하고 속도도 리버버스(시속 50㎞)에 비해 낮은 시속 15㎞에 그쳐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활용도가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대책이 당장 김포 시민들의 출퇴근 고통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채 태어난 김포골드라인의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1997년부터 추진된 김포골드라인, 오락가락 정책에 사업 규모 축소

김포골드라인은 1997년 총연장 10㎞의 경전철로 추진돼다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의 비용대비 편익(B/C)이 낮게 나와 무산됐다. 이후 2기 신도시 건설계획에 김포한강신도시가 포함되면서 총연장 21㎞의 지하철 9호선이 추진됐지만 신도시 규모가 489만평(1616만 5289㎡)→150만평(475만8677㎡)→350만평(1157만 247㎡)으로 계획이 계속 바뀌면서 경전철로 사업이 틀어졌다.

하지만 철도 노선에 대한 김포시민들의 요구가 지속됐고 2010년 김포시장에 당선된 유영록 시장은 국비 지원 없이 경전철로 김포골드라인 계획을 확정했다. 국비를 지원받으려면 B/C를 통과해야 하는데 당시 인구(약 25만명)로는 B/C통과를 장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포시민들의 신규 철도노선에 대한 지속된 요구도 유 시장이 국비 없이 경전철로 김포골드라인을 추진하게된 이유 중 하나다. 결국 김포골드라인은 한강신도시 입주민 교통분담금 1조 2000억원, 김포시 예산 3000억원으로 2량 규모의 ‘꼬마열차’로 완성됐다. 국토개발컨설팅업체 스튜디오 갈릴레이의 김태균 이사(전 경기연구원 연구위원)는 “B/C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3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김포골드라인의 경우 당시 당장 착공이 필요한 시점에서 추가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기 보다는 자체 예산으로 경전철을 착공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요 예측이 틀렸고, 서울로 통하는 길목이 48번 국도와 김포골드라인이 유일한 고립형태의 김포신도시 특징이 과밀화 문제를 더 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포시가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사업을 추진한 탓도 있지만 당시 김포시 입장에서는 당장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는 의미다.

버스전용차로 설치 방안 찾는 원희룡 장관 - 버스전용차로 설치 방안 찾는 원희룡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개화역 앞에서 김포골드라인 과밀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버스전용차로를 우선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2023.4.17 utzza@yna.co.kr (끝)

“리버버스, 한강 접근 인프라 확충돼야”
“광역버스 인프라 확충도 중요”

전문가들은 5호선 연장 등 철도 노선 추가 확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만큼 국토교통부와 김포시, 서울시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현재 김포골드라인의 과밀화 해소에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날 서울시가 발표한 리버버스는 김포골드라인 수송인원을 얼마나 분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리버버스의 벤치마킹 모델인 영국 런던과 덴마크 코펜하겐, 독일 함부르크 등에서 운영 중인 리버버스는 거리별로 편도 가격이 3500~1만 6000원으로 적지 않다. 서울시의 리버버스 가격은 아직 미정이나 일반 지하철이나 버스 가격의 2~3배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리버버스 이동 시간 외에 선착장까지 오가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이용률의 걸림돌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한강변에 접근성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리버버스가 이동수단으로서 충분한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라면서 “리버버스 도입과 함께 한강변에 이동을 위한 인프라와 이용률을 높일 다양한 편의시설 등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따릉이나 전동 킥보드 등 과거에 비해 한강에 접근할 수 있는 대체 교통수단이 많아졌고, 향후 한강 나들목 추가 및 리모델링 등으로 한강으로 접근성을 높인다면 리버버스의 편의성도 강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전날 발표한 추가 열차 투입도 현재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윤용기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열차제어통신연구실장은 “열차를 추가 투입하더라고 승강장의 혼잡도가 높아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면 배차 간격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이론적으로는 현재 촐퇴근 시간 배차 간격인 3분 7초보다 간격을 줄일 순 있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 혼잡도를 극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하철이나 GTX등 철도에 집중된 정부와 지자체의 광역교통망 정책이 버스에도 분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철도의 경우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광역교통망 정책이 철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철도는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방법”이라면서 “광역버스를 시내버스처럼 정시 배차 시스템을 확충하고 광역 도로에도 적극적으로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하면 충분히 승객 분산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장진복·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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