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논의 시작부터 '파행'…"개회도 못하고 얼굴도 못 보고"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23.4.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부터 파행됐다. 일부 근로자가 회의장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공익위원 사퇴 목소리를 내면서 최저임금위 위원장이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다.

일부 근로자가 회의장에서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와 1만2000원 인상 등을 요구하며 분위기가 격앙됐다. 권 위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근로시간 개편안 등에 대해 관여했다.

박준식 위원장과 공익위원은 회의장소에 입장하지 않고 다른 장소에서 최저임금위 사무국에 근로자의 퇴장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무국은 앞선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대로 합의된 배석자만 회의장에 있는 상태로 회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근로자 위원 9인은 계속해서 박 위원장의 개회 선언과 회의장 입장을 요구했다. 50여분간 회의장에서 기다린 근로자 위원 측은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 결국 회의장을 나섰다.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사무국장은 "그동안 최저임금위 회의 관례가 위원장의 개회 선언, 관계자 모두발언 이후 배석자를 제외하고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며 "주어진 시간 외에 (위원장의) 책임있는 공식적 해명과 설명이 없이 (회의를) 지연시키는 사태에 대한 책임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포함해 사무국에 있음을 다시한번 밝힌다"고 말했다.

박희은 근로자 위원이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물가 폭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첫 회의부터 위원장, 공익위원들이 입장도 거부한채 회의를 무산시킨 것에 대해 매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차기 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1만원까지는 380원이 남았다. 인상률로는 3.95%다.

앞서 한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올해보다 24.7%인상된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