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쪼그려 일하다 삐끗, 포장만 3500㎏…다이소의 ‘골병 산재’[다이소의 ‘1000원 노동권’(하)]
다이소 매장에서 상품 진열과 운반 등을 해온 A씨(59)가 무릎에서 이상을 느낀 건 2018년쯤이었다. 일이 많아 매일같이 잔업을 하며 물건을 들고 2층 계단을 오르내렸고, 매대에 상품을 채울 땐 사다리를 타거나 쪼그려 앉기를 반복했다. A씨는 그해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다.
몇 년 뒤 무릎 통증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양쪽 무릎 연골이 파열돼 있었다. 2021년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질병 인정을 받았다. 직업환경의학과 자문의는 공단에 “무릎 꿇기 및 쪼그리기에 하루 2시간 이상 노출됐고,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부담도 있었다”며 “상병과 업무의 관련성이 높다”는 소견을 냈다.
물류센터 직원 B씨는 일하던 중 위험천만한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창고 내에서 지게차가 물건이 꽉 찬 팔레트(화물을 쌓아올리는 판)를 1개도 아니고 10여개씩 한 줄로 ‘밀면서’ 다니고 있었다. B씨는 “시야 확보가 안 돼서 위험할 수 있다”며 “부딪힐 뻔한 상황이 여럿 있었다”고 했다.
전국 1500여개 매장을 가진 ‘국민 1000원숍’ 다이소 소속 노동자들은 수시로 건강과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 중년 여성 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매장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산재신청이 늘고 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도 무리한 작업 등으로 불안해한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직접 목소리를 낼 창구를 만들고, 정부와 사측이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건 채우느라 ‘쪼그려 앉기’ 2시간…중년 여성들 골절·염좌 다반사
18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2017~2022년 아성다이소(다이소) 산재처리 현황’을 보면, 다이소에서는 최근 6년간 478건의 산재신청이 접수됐다. 이 중 451건이 산재로 승인됐다. 유형별로 보면 ‘사고’가 439건(승인 431건), ‘질병’이 39건(승인 20건)이었다.
산재신청 건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었고 지난해에는 급증했다. 다이소 산재신청 건수를 연도별로 보면 2017년 48건(승인 46건), 2018년 71건(승인 70건), 2019년 94건(승인 90건)으로 증가 추세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66건(승인 60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85건(승인 81건)으로 늘고, 2022년 114건(승인 104건)으로 훌쩍 뛰었다. 산재 신청을 회사 측이 하다가 지난해부터 노동자 본인이 직접 하면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세부 상병별로 보면 대부분이 골절이나 염좌·파열·탈구·타박상 등 근·골격계 질환이었다. 다이소 직원 대부분이 매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인데, 이들이 물건을 운반·진열하다가 근·골격계 질환을 얻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쪼그려 앉거나 계단을 쉼 없이 오르내리는 탓에 척추와 무릎 등에 ‘골병’이 많이 든다. 사다리와 상·하차 작업도 골절상을 부르는 요인으로 추정된다. 육체적 부담이 크지만 대부분 중년의 경력단절 여성인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옮기기도 쉽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보면 다이소 노동자들의 신체적 부담이 명확히 드러난다. 43세 여성 C씨는 약 4년간 다이소에서 주 6일 하루 7시간30분(1주 평균 45시간) 피킹·포장업무를 하다가 허리를 다쳤다. 조사 결과 C씨는 하루 1시간씩 1~9㎏짜리 박스를 바닥에 내려놓고 낱개상품을 꺼내 컨베이어에 올렸다. 이 공정으로만 하루 120㎏을 들고 내렸다.
이어 6시간30분간 선반 위 상품을 바닥에 놓인 박스로 내려 포장하는 작업을 했다. 하루 평균 허리 굴곡·회전 동작이 약 3500회 정도로, 취급 중량은 3500㎏였다. 공단은 요추 제4,5번 협착, 요추 염좌, 요추 제 4,5번 추간판 탈출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정해진 휴식시간 없이 반복작업을 하다 병을 얻는 경우도 있었다. 중년 여성 D씨는 4년4개월간 매장에서 물품 운반·진열 및 창고정리 업무를 하다가 오른쪽 어깨 근육(회전근개)이 부분 파열됐다. 그는 하루에 3~10㎏짜리 박스를 평균 40~70개 진열하고, 2m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낱개상품 400~500개를 진열했다.
D씨는 정해진 휴식시간을 부여받는 대신 15분 늦게 출근하고 15분 일찍 퇴근했다. 공단은 “중량물을 다루며 반복적인 어깨 부담 작업이 확인되고, 업무 강도나 특성, 노출 경력 등을 보면 상병과 업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다이소 측은 “매장에서는 월 1회 안전교육과 시설물 안전성 점검, 연 2회 위험성평가를 통해 직원이 직접 위험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 매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해 유해위험요소를 사전 발굴해 개선하고 있으며, 자체 안전교육 시행과 안전수칙 준수 확인 및 점검도 철저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소방점검도 ‘불량’ 다수…“다쳐도 말 안 하고 일한다”
물류센터 직원들도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류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2020~2022년 다이소 물류센터 소방점검 결과’를 보면, 부산허브센터에서 3년간 191건의 소방시설 불량이 적발됐다. 2019년 가동된 부산허브센터는 축구장 20개 규모로, 착공 당시 국내 최대 첨단물류센터로 주목받았다.
2021년 점검 결과를 보면 소화전 발신기 불량, 경종 불량, 공기흡힙형 감지기 회로 결선 등 화재 예방·경보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이소 관계자는 “소방점검의 경우 준공 직후에 불량이 가장 많고 이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며, 2012년 준공한 용인센터는 부적합 사항이 연 1~3건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불량은 점검 즉시 현장에서 조치했고 매년 2회 전문업체 점검과 소방훈련을 받고 있다”고 했다.
창고 내에서 무리한 작업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는 증언도 나온다. 다이소 용인남사센터 직원 B씨가 제공한 영상을 보면, 지게차 1대가 무려 18개의 팔레트를 밀듯이 운행하고 있다. 9개를 한 줄로 깔고 그 위에 다시 9개의 팔레트를 2층으로 쌓았다. 경광봉을 든 현장 유도자 1명이 있지만 무리한 작업으로, 순간적으로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있다.
다이소 측은 “원칙적으로는 팔레트 1개만 운반하게 돼 있지만, 특수한 경우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안전 요원과 함께 직선 구간에서만 2대 이상의 팔레트를 운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안전을 확보하는 경우 법적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여름철 등 습도가 높아지면 바닥에 결로가 생겨 미끄럽다고도 했다. B씨는 “안전화를 신고 가면 굉장히 미끄럽다”며 “심하면 지게차가 헛돌 정도”라고 했다. 그는 “낡은 철제 롤테이너를 끌다가 정강이가 긁히거나 찍혀 다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다쳐도 회사 측에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직 다이소 물류센터 계약직 직원 이모씨는 “팔오금에 염좌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조금 쉬겠다고 했지만 관리자가 ‘전화를 준다’면서도 연락하지 않고, 연락했더니 무성의하게 답했다”며 “나흘 동안 치료도 못 받고 아픈 채로 일하다가 참다못해 근로감독관에 신고하니 그때서야 만나자고 하고 사과를 했다”고 했다.
이씨는 다이소에서 재계약을 거부당하고 현재 다른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찍힐 거라는 것을 알았지만, 노동자들도 이렇게 말 할 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근로감독관과 현장을 돌았다”며 “재계약을 안 해준 것을 보니 노동자를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다이소 측은 물류센터 안전을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이소 관계자는 “물류센터에서는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매일 체조를 하고 상품박스 중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다양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환경을 본질적으로 개선하려면 다이소가 노동자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다이소지회장은 “여기서는 다치고 피나도 심하지 않으면 약 바르고 다닌다”며 “사무·관리직과 현장직 사이 위계질서가 심해 표가 나지 않는 한 관리자가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오라고 하는 분위기도, 쉽게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했다.
류 의원은 “중·고령 여성 노동자가 집중된 매장에서 골절 등 업무상 사고와 근·골격계 질병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물류창고도 소화설비 불량건수가 상당하다”라며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을, 소방청은 세밀한 소방시설 점검을 통해 화재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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