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믿었는데 전세사기 공모자?…"중개인 책임 커져야"

김지성 기자 2023. 4. 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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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정진욱 = 인천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중 2번째 사망자가 발생한지 사흘만에 30대 여성이 또 극단적 선택을 했다.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30대)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공용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3.4.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수백억원대 전세 사기로 두 달 만에 피해자 3명이 숨졌다.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인천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의 대다수 피해자는 전입신고 전 선순위 근저당이 있는 상태로 전세계약을 했다. 이 사건 중심에 있는 '건축왕' 남모씨와 공모한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공모한 공인중개사는 "선순위 근저당과 보증금을 더해도 매매가보다 낮아 안전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충분한 설명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최광석 로티스 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아파트와 달리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빌라는 시세를 보기 나름이라 공인중개사가 시세를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시세가 더 낮은데다 경매로 넘어가면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보증금 손실이 커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뜻하는 전세가율은 통상 60~70%선을 안정선으로 분류한다. 이 전세가율이 80%를 넘어가면 이른바 '깡통전세'다. 해당 주택의 대출금과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 국세 미납액 등을 합한 금액이 집값보다 크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모두 반환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
임차인이 중개인 잘못 입증해야…손배금 턱없이 부족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중개인은 중개 대상물의 상태와 입지, 권리 관계 등을 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를 잘못 고지해 임차인에 손해를 입히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임차인이 직접 중개인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개인의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금이 임차인의 피해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손해배상금이 전액은 아니고 보통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해 과실 여부에 따라 감액이 되는데 절반 이하로 제한되는 편"이라며 "중개인이 본인 잘못이 없다고 잡아 떼면 마땅한 증거 없이 중개인의 책임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한도가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는 개인 중개업소 손해배상 책임 한도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됐다. 그러나 보장액은 한 건이 아닌 한 해 동안 해당 중개업소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를 기준으로 한다. 미추홀구 사건처럼 한 중개인에 여러 사람의 피해가 몰려 있으면 상향된 한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도 부실한 사람이 있으니 공제나 보증보험을 들게 해 중개사 책임을 강화하는데 그 액수가 현실적으로 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개인 공인중개사는 최소 한도가 2억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임대차보호 피해액이 크거나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걸려있으면 2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임대인 변경 의무통지 등 중개인 책임 강화해야
김 변호사는 "전형적인 전세사기 중 잔금 치르는 날 임대인을 바꿔버리는 수법이 있는데 임대인 변경시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 하다"며 "미리 알면 임대차계약을 해약해 임대차보증금을 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일부 중개인들이 거래를 무리하게 성사시키기 위해 제대로 설명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성실할 뿐 아니라 부도덕하기까지 하면 피해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는 돈을 받고 부동산 거래를 안전하게 하는 전문직인 만큼 제대로 확인하고 설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1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입법의 모색' 보고서에서 "전세는 서민들의 전재산일 수 있는 전세보증금을 은행과 같은 법적 규율을 받는 기관이 아닌 순수한 사인에게 맡기는 행위로 다른 계약에 비해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말 전세보증금의 우선변제권을 강화하는 입법이 이루어졌으나 근본적으로 임차인이 위험성 있는 전세계약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공인중개사의 책임 강화 등 전세사기 위험성이 있는 전세계약이 사전에 체결되지 않도록 하는 입법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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