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믿었는데 전세사기 공모자?…"중개인 책임 커져야"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수백억원대 전세 사기로 두 달 만에 피해자 3명이 숨졌다.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인천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의 대다수 피해자는 전입신고 전 선순위 근저당이 있는 상태로 전세계약을 했다. 이 사건 중심에 있는 '건축왕' 남모씨와 공모한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공모한 공인중개사는 "선순위 근저당과 보증금을 더해도 매매가보다 낮아 안전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충분한 설명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최광석 로티스 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아파트와 달리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빌라는 시세를 보기 나름이라 공인중개사가 시세를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시세가 더 낮은데다 경매로 넘어가면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보증금 손실이 커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손해배상금이 전액은 아니고 보통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해 과실 여부에 따라 감액이 되는데 절반 이하로 제한되는 편"이라며 "중개인이 본인 잘못이 없다고 잡아 떼면 마땅한 증거 없이 중개인의 책임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한도가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는 개인 중개업소 손해배상 책임 한도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됐다. 그러나 보장액은 한 건이 아닌 한 해 동안 해당 중개업소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를 기준으로 한다. 미추홀구 사건처럼 한 중개인에 여러 사람의 피해가 몰려 있으면 상향된 한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 변호사는 "일부 중개인들이 거래를 무리하게 성사시키기 위해 제대로 설명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성실할 뿐 아니라 부도덕하기까지 하면 피해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는 돈을 받고 부동산 거래를 안전하게 하는 전문직인 만큼 제대로 확인하고 설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1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입법의 모색' 보고서에서 "전세는 서민들의 전재산일 수 있는 전세보증금을 은행과 같은 법적 규율을 받는 기관이 아닌 순수한 사인에게 맡기는 행위로 다른 계약에 비해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말 전세보증금의 우선변제권을 강화하는 입법이 이루어졌으나 근본적으로 임차인이 위험성 있는 전세계약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공인중개사의 책임 강화 등 전세사기 위험성이 있는 전세계약이 사전에 체결되지 않도록 하는 입법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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