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엠폭스 환자 줄어든 이유...국내는 세 자릿수 우려

문세영 2023. 4. 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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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동성애 네트워크 핵심 구성원 엠폭스 '면역' 형성 추정
국내에서 엠폭스 환자가 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감소 원인을 설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Nadzeya_Dzivakova/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엠폭스(원숭이두창) 확진 사례는 지금까지 총 16건이다. 이 중 11건이 이번 달 발생해 급격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증가 추세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는 엠폭스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 해외에서 엠폭스 환자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벨기에 앤트워프열대의학연구소 연구팀은 15~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임상 미생물학 및 감염병 학회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엠폭스는 원래 아프리카 지역에 한정돼 발생하는 풍토병이었지만, 지난해 5월부터 전 세계로 확산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8만5000건의 감염 발생이 있었다.

벨기에 연구팀은 작년 5월을 기점으로 엠폭스가 지리적 확장 추세를 보인 원인이 '성적 네트워크'와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성관계 파트너를 자주 교체하는 특정 집단(남성 동성애 및 양성애자)이 형성한 네트워크가 엠폭스 바이러스에게 효율적인 전파 수단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엠폭스 환자가 감소한 원인은 ▲성 접촉 위험이 높은 인구 집단에서의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 ▲백신 접종 ▲감염으로 인한 면역 획득 등이 꼽혔다.

이 중 백신 접종은 확진자 감소로 전환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연구팀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백신 접종률이 크게 올라가기 전, 이미 환자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우선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엠폭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했다.

먼저 엠폭스 환자 1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살폈다. 그 결과, 이들 중 95.5%는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였다. 이들이 최근 3주간 성관계를 가진 파트너의 평균 인원은 2명이었다. 엠폭스 유행 초기보다 이후 주당 파트너 수가 0.86명 감소했다.

HIV사전노출예방연구소 클리닉에 다니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살폈다. 클리닉 이용자 1322명 중 99.6%는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였다. 연구팀은 이들을 매독 감염 병력군과 비병력군으로 나눴다. 그 결과, 매독 감염 병력군이 지속적으로 더 많은 성관계 파트너를 갖고 있었다. 또, 엠폭스가 유행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파트너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두 설문조사의 내용이 상반된 결과를 보이면서 연구팀은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가 엠폭스 감소로 이어졌다는 가설을 파기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웠다. 성적 네트워크의 핵심 구성원들이 먼저 엠폭스에 감염됐고 이후 주변 구성원들이 감염된 것이 전반적인 감염 감소 원인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성적 파트너가 많은 핵심 인물들이 먼저 엠폭스에 대한 면역을 형성하면서 주변으로 감염병을 퍼트릴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이다.

이런 이론을 대입하면 국내에서는 아직 남성 동성애 네트워크에서 이 바이러스가 넓게 퍼지지 않았다는 점이 지속적인 증가 추세의 원인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 신고 접수가 늘어나는 것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이유로 보인다. 정부는 의료진과 국민 대상으로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엠폭스 초기에는 이 질환이 의료진들에게조차 낯선 것이었지만, 현재는 피부과, 감염내과, 비뇨의학과, 항문외과 등 관련과 의료진들이 이 질환을 잘 인지하고 있어 감염 의심 신고가 늘고 있다. 자진해서 신고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에서는 엠폭스 누적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당분간 확진자가 늘며 세 자릿수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밀접 접촉, 성 접촉이 없으면 감염 위험이 매우 낮은 만큼, 일반 국민은 불안감을 느끼기보다 예방수칙을 잘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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