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폰에 구글 대신 빙?··수술대 오른 구글의 독점력 [아이티라떼]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3. 4. 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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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13년 ‘안드로이드 동맹’
AFA 불공정 계약 압박도 존재
세계적 제조사 삼성의 선택은
건전한 시장경쟁 환경과 직결
최근 한 외신 보도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을 탑재할 수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입니다.

주지하듯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폰에는 구글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더불어 구글 검색이 기본 앱으로 탑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13년 동안 유지해온 구글 기본 검색을 빙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소식에 시장 충격은 컸고, 당장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가 해당 루머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간 시장은 삼성과 구글의 관계를 상호 윈윈의 ‘동맹’으로 규정했습니다. 아이폰이라는 애플 디바이스에 맞서 삼성이 구글과 관계를 강화하는 게 자사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구굴의 독점적 시장 영향력과 이에 따른 폐해를 추적해온 경쟁 당국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동맹이라는 단어 속에는 갑(구글)과 을(삼성전자) 간 굴욕적 계약 관계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2년 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LLC,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를 상대로 2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밝혀낸 ‘파편화금지계약(AFA)’이 대표적입니다.

안드로이드 OS 기업이라는 영향력을 악용해 구글은 삼성전자 같은 디바이스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변형돼 개발된 그 어떤 형태의 다른 OS(포크 OS)도 탑재할 수 없도록 AFA를 요구했습니다.

이 갑질 계약으로 인해 아마존의 경우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이용해 개발한 포크 OS인 ‘파이어 OS’를 개발하고도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기기 제작에 응하지 않아 모바일 OS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 시계용으로 2013년 안드로이드에서 변형된 포크 OS를 탑재한 ‘갤럭시 기어1’을 출시했다가 구글의 계약 위배 압박에 ‘타이젠 OS’라는 자체 OS를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OS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애써 만든 타이젠 OS도 시장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맞게 됐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공정위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구글은 한국 토종 앱마켓 사업자인 원스토어를 상대로도 점유율 확대를 막기 위해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 등 인기 있는 게임을 만드는 입점업체들을 상대로 구글이 원스토어 입점을 제약(=구글플레이 선출시·단독 입점)했다는 것입니다. 공정위는 구글을 상대로 42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난 원스토어는 구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입니다.

매년 5억대가 넘는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향후 기본 검색 서비스로 구글이 아닌 빙(BING)을 탑재할지 여부는 한 기업의 경영 상 판단을 넘어 글로벌 경쟁 생태계에도 지대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구글의 독점적 영향력으로 인해 자체 개발한 타이젠 OS 포기해야 하는 상처를 입은 바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구글이 벌인 각종 불공정 행위 의혹이 경쟁당국 조사로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과연 삼성이 지난 13년 간 구글과 유지해온 사업 동맹에 어떤 전략적 변화를 추구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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