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몰리는 울산 … '한국 제조업 심장'이 다시 뛴다

서대현 기자(sdh@mk.co.kr) 2023. 4. 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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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 전경. 에쓰오일이 9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초대형 석유화학시설을 건립하는 등 최근 현대차, 고려아연 등 대기업 울산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에쓰오일

"올해 말이면 본격적인 자재 주문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서 비계용 파이프 등 플랜트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 대표 A씨(50)는 지난달부터 에쓰오일이 진행 중인 초대형 석유화학시설 건립 사업의 낙수효과가 올해 하반기가 되면 소규모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A씨는 "9조원대 에쓰오일 사업에 관심이 크다"며 "사업 규모를 봤을 때 건축물이 본격적으로 올라가게 되면 파이프와 철제 구조물 등 자재 수요가 급증해 우리 같은 영세업체에도 자재를 공급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이 단행하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공장 건립, HD현대중공업 선박 수주 급증 등 울산 3대 주력 산업에 호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제조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울산지역 경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에쓰오일은 9조2580억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렸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를 뜻한다. 이 프로젝트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 에틸렌을 연간 180만t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시설과 플라스틱 원료 생산설비 등을 구축하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완공까지 4년간 하루 평균 1만1000명, 하루 최대 1만7000명이 공사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사기간 중 지역 건설업체에 약 3조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사업 완료 후 경제 효과는 매년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에쓰오일 초대형 투자에 지역경제는 벌써 들썩이고 있다. 근로자들이 몰려들면서 에쓰오일 온산공장 인근 온산읍 덕신지역에서 원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온산읍 주요 상권 주도로 인근 음식점은 점심시간이면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온산읍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룸 수요가 많다 보니 월세도 예년보다 20% 정도 올랐다"며 "원룸을 내놓기 위해 청소를 하고 있을 때 방이 나가는 사례도 있다. 에쓰오일과 고려아연 등 온산에 있는 기업들이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잇단 투자에 울산시는 전폭적 지원으로 보답하고 있다. 시는 '석유화학기업 지원 특별팀' 소속 공무원 2명을 에쓰오일과 고려아연 등 2개 기업에 파견했다. 울산시 투자기업 전담팀이 투자기업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는 것은 지난해 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 지원팀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울산시는 투자기업에 공사 편의 혜택을 주기 위해 만성적 주차난을 시달리는 온산국가산단에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공사장 주변 4~6차선 도로에 4000대 규모 주차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업이 공사자재 야적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시유지 임대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울산시는 또 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새로 공장을 지을 때 주차장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울산시 조례에는 공장을 건립할 때 233㎡당 주차장 1면을 확보해야 한다. 시는 기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주차장 의무 설치 규정을 다른 지자체 수준인 350㎡당 1면으로 조정하고, 상시 근로자가 적은 국가산단 내 석유·화학·발전시설은 400㎡당 1면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울산시가 지원하는 현대차 울산공장 전기차 전용공장 건립도 순조롭다. 울산시는 현대차가 투자를 발표한 직후 도시계획 전문 공무원으로 구성된 지원 전담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9월부터 지원팀이 현대차로 출근해 현대차 직원들과 함께 공장 건립 업무를 하고 있다.

울산시와 현대차는 3분기까지 공장 건립에 필요한 재해, 교통,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용지 조성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통상 2~3년 걸리는 공장용지 조성이 1년 만에 마무리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용지 조성이 끝나면 바로 착공에 들어갈 방침이다.

공장용지 조성공사가 끝나자마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울산시가 인허가 업무를 지원하고, 공장 용지 조성과 공장 건축 허가 절차를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울산시 현대차 지원 전담팀 관계자는 "현대차 울산공장은 국가산단에 있지만 입주 당시에는 문화재, 환경, 교통 등 각종 영향평가가 없었다"며 "이번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립할 때는 이러한 영향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했기 때문에 영향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민선 8기 최우선 시정 목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업 투자유치였고, 1호 결재도 전략적 기업 투자유치와 기업 지원 계획이었다"며 "인구가 늘고 시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울산 영업사원 1호로서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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