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둘러싸인 울산, 에너지 요금 파격적인 혜택 줘야"

서대현 기자(sdh@mk.co.kr) 2023. 4. 18.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울산시가 원전과 석유화학 시설이 있는 지역의 주민에게 기름값과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해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김두겸 울산시장(사진)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울산은 우리나라 최대 석유화학단지가 있고 원전 10여 개에 둘러싸여 있다"며 "공해 도시라는 오명을 감수하면서 원전 사고 불안까지 떠안고 살지만 특별히 혜택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정부가 보상 차원에서라도 석유화학공단과 발전소가 있는 지역주민과 기업에 유가와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줬으면 한다"며 "이렇게 되면 님비현상도 해결되고 기업도 지방에 투자를 확대해 수도권 일극화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원전과 화력발전소 등 주민들이 꺼리는 발전소와 가까운 지역일수록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주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연계해 '에너지 요금 차등제'라는 이름으로 정부와 정치권 설득에 나섰다.

울산시 움직임에 다른 지역도 하나둘 동참하는 분위기다. 영호남 8개 광역자치단체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이 반대할 가능성이 커 전기요금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다음은 김 시장과의 일문일답.

―에너지 요금 차등제의 배경은.

▷에너지 산업은 국민 생존과 직결된 필수 산업이지만 시설 운영에 따른 위험성이 커서 유치를 꺼리는 산업이다. 이런 기피 시설 대부분은 현재 울산을 비롯한 지방에 있다. 전국 에너지 자급률을 보면 울산 82%, 부산 178.9%, 경북 167.3%, 경남 141.8%지만 서울은 4.6%에 불과하다.

지방은 각종 환경오염에 노출된 채 에너지를 생산하고 수도권은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쓰고 있다. 지방에서 만든 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려면 수백 ㎞의 송전선 설치 등 막대한 운송비가 드는데 전기요금은 서울과 울산이 같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영국, 미국, 호주는 송전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 요금 차등제를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소멸위기 극복 방안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지방의 전기요금과 기름값이 싸지면 지방 투자가 촉진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지난 3월 김두겸 울산시장(왼쪽)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본사 접견실에서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민선 8기 울산시는 기업 투자 유치와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울산시

―에너지 요금 차등제 실현 가능성은.

▷에너지 요금 차등제 실현을 위한 가능성을 높이는 단계다. 가능성이 크다 작다 말할 단계는 아니다. 지난 2월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울산 전기요금이나 유가를 감면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동조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제17회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에서 영호남 8개 지방정부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원전 소재 지자체 등 발전소 인근 지역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 등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협력회의 다음 날 열린 '국회 지역균형 발전포럼'에서도 국회,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와 함께 '지역별 에너지 가격 차등화' 실현 방향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많이 참석해 기대감이 크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의 근거가 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도 호재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민선 8기 투자 유치 성과가 좋다.

▷울산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하며 취임 직후부터 기업 투자 유치 활동에 나섰다. 그 결과 9개월 만에 현대차, 에쓰오일, 고려아연 등 대기업이 울산에 12조9683억원(2023년 3월 기준)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와 에쓰오일은 이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대규모 투자 기업을 위해 각종 인허가와 고충을 발 빠르게 해결하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필요시 기업체에 직원을 직접 파견하는 파격적인 기업 지원 정책도 반응이 좋다. 울산시 지원으로 사업 추진이 빨라지면서 울산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의 관심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와 에쓰오일의 경우 당장 올해부터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2만개 이상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상권에도 활기가 도는 등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투자 유치를 시정의 최우선에 두고 더 열심히 뛰겠다.

―울산공업축제가 35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축제는 오는 6월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새로운 시작, 위대한 첫걸음'을 주제로 열린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해온 산업 수도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울산시민과 기업, 노동자가 모두 하나 되는 시민 축제로 만들 생각이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60년간 산업화·근대화를 이끌며 대한민국이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일조했다. 조국을 위한 헌신과 노력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울산 사람들'이 한데 모여 즐기고 소통하는 대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

[서대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