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프로 예술단의 상생···“여기는 울산 ‘예술놀이터’”[현장에서]

백승목 기자 2023. 4. 18. 16: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7일 울산 북구 명촌초등학교에서 열린 ‘예술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손뼉을 치며 관악6중주를 감상하고 있다.

“와~ 앵콜 앵콜~”

관악 예술단 ‘갓블라스유’가 17일 오전 울산 북구 명촌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색소폰·트럼펫·트럼본·호른·튜바·드럼 등으로 관악6중주를 펼치자 이 학교 2학년생 180여명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예술단은 영화 <어벤저스> OST와 아이돌그룹 앤시티드림 ‘캔디’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클래식 음악을 약 10초씩 짧은 메들리로 재구성한 연주곡을 선보였다. 아이들은 한 곡씩 연주가 끝날때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신나는 음악이 연주될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체험수업이 아니라 마치 축제장 같았다.

민경훈군(9)은 “이번 공연에서 평소 잘 모르는 악기를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박하은양은 “야외에서 관악 연주하는 걸 본 적이 있지만 실내에서 감상하니까 색다른 느낌이었다”고 했다.

공연은 당초 초등학교 1교시 수업시간에 맞춰 이날 오전 10시40분부터 11시2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아이들이 공연 종료를 아쉬워하면서 약 8분여간 더 이어졌다.

17일 울산 북구 명촌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관악 예술단인 ‘갓블라스유’가 어린이들 사이를 행진하며 흥겨운 연주를 하고 있다.

이성규 갓블라스유 대표(39)는 “아이들이 관악에 흥미를 느끼도록 최대한 쉽고 흥겨운 노래를 골랐다”면서 “학교에서 싹틔운 예술감수성을 어른이 될때까지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교 강동성 교사(43)는 “학교 음악시간에는 관악을 감상할 기회가 거의 없다”면서 “전문 예술단 공연이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지역 예술단체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공연하는 ‘우리아이 예술놀이터’가 학생과 교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예술놀이터는 제8~9대 울산시교육감을 지낸 고 노옥희 교육감의 공약사업이다. 노 전 교육감은 2020년부터 학생들의 예술감수성을 키우고 다양한 지역연계 예술체험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공연’을 기획·추진했다.

17일 울산 북구 명촌초등학교에서 열린 ‘예술놀이터’에서 관악 예술단인 ‘갓블라스유’가 흥겨운 곡을 연주하자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껏 춤을 추고 있다.

공연은 국악·현악·성악·퓨전공연 등 학교별 희망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된다. 체육관·강당·시청각실 등에서 학교 규모에 따라 학생 150여명~500여명이 관람한다.

예술놀이터는 사업 초기만 해도 공연신청 학교가 40여곳에 그쳤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들 호응이 커지면서 지난해에는 공연 신청학교가 80곳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총 103곳이 신청했다. 이는 울산지역 전체 초·중·고·특수학교 248곳 중 42%에 이르는 수치다.

공연횟수도 늘어났다. 울산시교육청은 2020년 30회에 불과했던 공연횟수를 2021년 40회로 확대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50회로 더 늘렸다.

교육청은 올해 공연단체로 신청한 9개 예술단체 중 관악·현악·국악 분야별로 각각 ‘갓블라스유’ ‘루체앙상블’ ‘울산국악협회’ 등 3개 단체를 선정했다. 연주자들은 공연을 전후해 연주곡과 각종 악기에 대해 설명하거나 모형악기를 활용해 아이들이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도록 한다.

17일 울산 북구 명촌초등학교에서 열린 ‘예술놀이터’에서 관악 예술단인 ‘갓블라스유’가 곧 생일을 맞을 어린이를 위한 축하곡을 연주하자 아이들이 다함께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옥한아름 루체앙상블 사무국장(39)은 “제1·2바이올린과 비올라·첼로 등 현악4중주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연주한다”면서 “각 학교 교가를 현악으로 들려주거나 유명 클래식 곡을 아이들에게 짧은 맛보기 형식으로 연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헌미 울산국악협회 사무국장(41)은 “가야금과 해금·대금·피리·태평소·장구 소리가 어우러진 전통 국악연주와 함께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요를 국악으로 들려주거나 판소리를 곁들여 공연한다”고 말했다.

현악 예술단인 ‘루체앙상블’이 지난해 하반기 울산 남구 옥현중학교에서 열린 예술놀이터에서 현악4중주를 열연하고 있다./울산시교육청 제공

제진한 울산시교육청 체육예술장학사(45)는 “학교가 별도 경비를 들여 공연을 기획하고 학생을 공연장으로 수송해야 하는 부담없이 학교 일부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수준 높은 예술공연을 체험할 수 있다”면서 “예술단체도 공연기회가 늘어나 톡톡한 상생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4·5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창수 교육감이 노 전 교육감의 교육방침을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혀 내년부터 공연횟수를 매년 5회씩 확대해 2026년 6월까지 연간 65회로 늘릴 계획이다.

국악 예술단인 ‘울산국악협회’가 지난해 하반기 울산 동구 녹수초등학교에서 열린 예술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의 노래에 맞춰 국악 연주를 하고 있다./울산시교육청 제공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