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분기 성장률 4.5%…‘위드코로나’ 후 내수·수출 모두 살아나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4.5%를 기록했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본격화한 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제 회복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와 수출 모두 되살아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8조4997억위안(약 546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했다고 18일 밝혔다. 1분기 GDP 증가율은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한 경제성장률 5.0% 안팎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연간 성장률 3.0%와 4분기 성장률 2.9%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는 로이터통신 등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4.0%도 상회한다.
중국은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여파로 팬데믹 원년인 2020년을 제외하면 문화대혁명 때인 1976년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이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올해는 경제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4.5%라는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4.8%로 연간 최고치였던 점을 감안하면 소기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또 지난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2분기 성장률이 0.4%에 그쳤던 만큼 올해 2분기에는 기저효과에 따른 더 큰 성장률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과 함께 발표된 1분기 각종 경제 지표도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더한다. 특히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내수와 수출 증가세가 뚜렷해졌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액은 1분기 11조4922억위안(약 220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3개월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반등한 것으로, 방역 완화 이후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2월 3.5%를 나타냈던 소매 판매 증가율은 3월에 10.6%까지 올라섰다.
수출액도 5조6484억위안(약 1081조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8.4% 늘어났다. 특히 3월 한달간의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3.4%나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산업생산도 소비 회복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호조세를 보였다. 1분기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0%를 나타냈고 이 가운데 3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했다. 산업 활동이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후이 산 골드만삭스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1분기 경제 지표에 대해 “리오프닝 이후의 반등을 보여주며 올해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전망과 일치한다”면서 “이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6%로 전망하는 주요한 이유”라고 CNBC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5%를 웃돌고 시장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이날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4%까지 대폭 상향했고, 씨티그룹도 기존 5.7%에서 6.1%로 올렸다.
다만 중국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온 부동산투자 증가율이 1분기에도 여전히 -5.8%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 못한 점은 불안정한 요소로 꼽힌다. 1분기 도시실업률은 5.5%로 지난해 4분기보다 0.1%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고, 16∼24세 청년실업률은 19.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 방역 상황이 안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생산과 수요, 취업, 물가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국민 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면서도 “여전히 국제환경이 복잡다변하고 국내 수요 부족의 제약이 분명하며 경제 회복 기반은 아직 견고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당장 ‘리오프닝’ 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지금은 가장 말단인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시작되고 있는 시기”라며 “그간 쌓인 재고가 소진된 후에 수입이 재개되는 구조인데, 아직 중국의 수입이 늘어날 정도로 내수 회복이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중국의 경제 회복은 한국에도 긍정적이지만 이전 만큼의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중국의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이전처럼 높지 않고, 미중 갈등 영향으로 중국 성장 자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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