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첫 손님 태우고 우주로 갑니다”...누리호 3차 발사 앞둔 나로우주센터를 가다
1·2차와 달리 실용급 위성 싣고 첫 발사
5월 초 위성 입고되면 3단 결합 진행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를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전남 순천까지 KTX를 타고 3시간 남짓한 시간을 간 뒤에 다시 차를 타고 1시간 20분을 달려야 땅끝 마을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한 지난 13일은 전국이 짙은 황사로 뒤덮인 날이었다. 나로우주센터의 입구를 지나자 뿌연 먼지 속에서도 초록색 발사대가 멀리서 보였다. 오는 5월 24일 누리호가 3차 발사를 위해 기립할 곳이었다.
누리호 3차 발사 일정이 확정되면서 나로우주센터의 시계도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오는 5월 24일을 발사 예정일로 확정했다. 발사 예정 시간은 오후 6시 24분이다. 앞서 1차 발사 때는 오후 5시, 2차 발사 때는 오후 4시에 발사가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오후 6시 24분으로 늦어졌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만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자들은 이른바 ‘황혼 발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앞선 발사와 다르게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는 첫 시도이기 때문이다.
누리호 고도화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앞서 두 번의 발사는 내부에서는 시험발사라고 표현했다”며 “이번에는 실제로 임무를 가지고 있는 위성을 탑재해서 발사하기 때문에 많은 게 다르다. 실제 고객을 처음 모시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발사 일정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진 것도 위성 때문이다. 항우연은 당초 5월 10일쯤 발사를 준비했지만, 누리호에 뒤늦게 탑재가 결정된 큐브위성의 제작이 늦어지면서 발사 일정도 당초 예상보다 뒤로 밀렸다. 누리호에는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2호 외에도 도요샛(4기), 져스텍(1기), 루미르(1기), 카이로스페이스(1기) 등이 만든 큐브위성 7기가 실린다. 도요샛은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했고, 나머지 3기는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만들었다.
누리호는 1단과 2단의 단간 조립이 끝난 상태로 발사체 종합 조립동에 대기하고 있었다. 누리호 자체는 앞선 발사 때와 동일한 발사체를 쓰기 때문에 다를 게 없었다. 유일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발사체에 주요 참여기업의 이름이 붙어 있는 위치였다.
누리호는 대부분의 부품이 국산화가 끝났다. 한국보다 앞서 우주 개발에 뛰어든 국가들이 자신들의 로켓 기술을 한국에 전수하지 않은 탓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모두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누리호에는 핵심 부품 개발에 참여한 국내 기업의 이름을 두 줄로 붙여 놨는데, 두원, 한국화이바, 단암시스템즈, 현대로템, KAI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2차 발사 때는 한화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두 줄에서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3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름이 다른 기업과 달리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비슷한 위치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번 3차 발사부터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에 선정된 덕분이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만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영환 체계종합팀장은 민간 기업 최초로 누리호 발사의 책임을 맡게 된 것에 대한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항우연 연구자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함께 워킹팀을 이뤄서 나로우주센터와 대전 항우연 본원에서 기술이전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발사체의 꽃인 발사를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피로도 잊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이번 주에 화약류를 조립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발사체에는 엔진 점화제나 화약으로 구동되는 파이로 밸브 등 다양한 화약류가 필요하다. 1~3단 로켓에 모두 화약류가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안전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항우연 연구진들이 긴장하는 과정의 하나다.
누리호 3차 발사를 위한 준비는 5월부터 본격화된다. 누리호에 탑재할 위성이 5월 1일과 2일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위성에 문제가 없으면 5월 8일부터 3단 로켓에 8기의 위성을 결합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아직 일정이 남은 덕분에 나로우주센터에서 만난 연구자들은 긴장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발사체 종합 조립동을 나오자 맞은 편의 건물 안에 누리호와 똑같은 모습의 발사체가 보였다.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을 지낸 오승협 책임연구원은 누리호 연소시험을 위해 만든 시험용 기체라고 설명했다. 뒤로 돌아가서 시험용 기체의 엔진 부분을 살피자 새까맣게 그슬린 자국이 가득했다. 오 책임연구원은 “발사 과정에서 누리호 1단 엔진이 125초 동안 타는데, 이 시험용 기체는 그 3배에 달하는 시간 동안 연소 시험을 진행했기 때문에 더 많이 그슬리고 더 많이 찢어진 심각한 상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험용 기체가 보관 중인 창고에는 거대한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3차 발사에 사용될 누리호가 대기 중인 조립동과 고정환 본부장이 5월 24일에 실제 발사를 지휘할 통제동도 마찬가지였다. 나로우주센터 어디에나 눈에 띄는 곳엔 태극기가 있었다.
누리호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항우연 연구자들은 태극기가 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이야기했다. 발사체 조립을 담당하는 원유진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5월이 가족의 달이고 휴일도 많다지만 항우연 연구자들은 발사 때까지 3주 동안 주말을 반납하고 근무해야 한다”며 “우리 업무가 1년에 한 번씩 전 국민에게 성공과 실패를 명확하게 평가받는 일이라 부담감도 있지만, 이런 부담감도 국민들이 주는 지원과 응원,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보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현선 항우연 연구원도 응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조 연구원은 “이번 3차 발사는 실증 무대이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되고, 앞서 2차 발사의 성공이 3차 발사의 성공을 보증하지도 않는다”며 “항공우주분야는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먹고 자란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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