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기대주였는데”…전세사기로 숨진 청년 빈소 ‘썰렁’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로 숨진 사망자의 빈소가 썰렁하다.|유족 제공

전세사기 피해자로 지난 17일 극단적 선택을 한 A씨(31)의 빈소가 18일 인천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그러나 유족들은 조화나 일체의 조문을 사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빈소에는 조화 하나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 B씨(54)는 딸의 사진을 바라보며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하염없이 흐느꼈다. 그는 “우리 큰딸은 자신이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항상 아버지 걱정만 했다”며 “2주 전에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묻던 딸의 안부 전화가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 요금을 못 내는 상황인데도 혼자 견딘 걸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고 울먹였다.

A씨는 과거 유망 육상선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 강원도에서 원반던지기 선수로 활동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아 운동을 그만두려 했다. 그런 그를 부산체고 측이 스카우트해서 해머던지기 선수로 변신시켰다. 해머던지기 선수로 활약한 지 8개월 만인 2008년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9년 전국체육대회 여고부 해머던지기 선수로 출전해 대회 신기록을 세웠고, 그 해 전국 8개 대회에서 참가해 모두 우승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여자 해머던지기 종목에서 5위를 기록했다. A씨는 당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운동하는 동안은 해머던지기 선수로 성공하는 것이 꿈이다. 그 뒤에는 좋은 지도자나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코치 생활을 이어갔던 그는 2019년 9월 인천 미추홀구에 7200만원을 주고 전세계약을 해 이곳에 새로 정착했다. 이곳에서 그는 착실히 직장을 다녔고, 애견 미용 관련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등 또 다른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21년 9월 전세보증금 9000만원에 재계약했지만 지난해 6월 전세사기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못받을 상황이 되자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까지 직장에 나가는 등 성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A씨 가족은 그의 유서도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일절 외부와 접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