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문' 판막 막혔더라도 … 가슴절개 없이 시술 가능

2023. 4. 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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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대동맥판막 협착증과 TAVI 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나이가 들면 가장 취약한 질병이 뇌와 심장질환이다. 실제로 뇌와 심장질환이 전체 고령 사망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가와 개인이 가장 고민해야 할 건강문제로 뇌와 심장질환을 꼽고 있다.

대표적인 뇌질환은 '치매'와 '파킨슨병'이다.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심장병은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호흡곤란, 실신 등 생명과 직결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동맥판막은 심장의 펌프 작용을 하는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오는 곳에 위치한 문(門)이다. 그런데 문이 노화로 인해 닳고, 딱딱하게 굳는 석회화 등의 원인으로 협착이 일어나 잘 열리지 않으면서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

국내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2011년 5500여 명에서 2021년 1만8700여 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상훈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판막이 두꺼워지고 석회화되는 것은 노화에 의한 변화이기 때문에 고령일수록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이다. 이러한 증상은 중증도 이상으로 진행되면서 나타나는데, 그전까지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또 중증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5년 내 사망할 확률이 50% 이상으로 치명률도 매우 높다. 다행인 점은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수술이나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로 약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 또는 시술법을 선택해야 한다. 심장을 열어야 하는 수술적 치료법인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과 심장을 열지 않는 시술인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이 대표적이다.

신 교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수술뿐만 아니라 판막을 교체하는 시술을 통해 호흡곤란 등 주요 증상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고, 예후도 매우 좋기 때문에 고령자일지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동맥판막 치환술은 심장을 열어 병든 판막을 도려내고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방법이다. 심장을 여는 개흉 수술로 출혈, 입원, 회복 기간 등 고령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은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라는 관을 삽입해 인공판막을 교체하는 방법이다. 신 교수는 "가슴을 열지 않는 시술이기 때문에 대량 출혈의 위험이 적고, 시술 시간도 1시간 정도로 짧아 고령 환자에게 부담이 적고 회복도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치료 예후는 수술과 시술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 교수는 "고령 환자는 수술 대비 시술이 예후가 더 좋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꼭 수술을 해야 하는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를 제외하면 고령 환자에서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이 더 권고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수술보다 시술을 선택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80세 이상 환자의 약 99%, 65~80세 환자의 약 87%, 고위험군이 아닌 65세 미만에서도 약 50%가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부터 대동맥판막 치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경제적 부담도 완화됐다. 건강보험 적용 기준은 만 80세 이상으로 개인부담금 5%만 내면 시술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령자가 활동할 수 있는 건강 나이를 고려한다면 만 80세 이상 보험 적용이 다소 높은 기준일 수 있다. 신 교수는 "진료하는 환자 중에 올해 7월 생일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79세 환자가 있다. 비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참고 기다리고 계시는데 굉장히 위험하고, 80세가 넘어가길 기다리던 환자 중 실신해서 응급실로 직행한 경우도 있었다"며 안타까운 사례를 전했다.

고령자들은 치료에 매우 소극적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처럼 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얼마나 더 살까, 치료한다고 얼마나 달라질까'라는 생각으로 증상이 있음에도 치료를 꺼리고, 검사도 받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신 교수는 "노인분들은 본인의 증상을 가볍게 여기시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질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호흡곤란이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다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꼭 병원을 방문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시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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