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생활 많은 한국인 위해 … 맞춤형 인공관절 나왔다

이병문 선임기자(leemoon2@mk.co.kr) 2023. 4. 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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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병원 'PNK 인공관절' 7년 만에 개발
150도 고굴곡 가능하게 설계
한국인 인체 데이터 첫 적용
작년 봄 식약처 허가에 이어
보험수가 적용받아 올초 출시
외국산 대체·해외 진출 기대
연세사랑병원과 티제이씨라이프가 7년간의 연구 끝에 한국인 체형 특성에 맞게 개발한 PNK 인공관절. 해외 제품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 국내 인공관절 시장에 '한국인 맞춤형 PNK'가 출시되어 주목받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말기가 되면 가장 좋은 치료법이 '인공관절 수술(인공관절치환술)'이다. 1960년대 영국 정형외과 의사 존 찬리 박사가 처음 시작한 인공관절 수술은 60년 넘게 수술법이 발전을 거듭하며 '효과'와 '안전성'이 이미 입증됐다. 세계적으로 인공관절의 환자 만족도는 80%를 웃돌고 있다.

다만 좌식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한국인에게 표준화된 인공관절 수술은 고도의 의료진 테크닉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의학자와 공학도는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수술의 오차범위를 최소화해 인공관절을 정확하게 이식하는 '3세대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도 그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 의료진과 국내 대표 정형외과 의료기기 회사인 티제이씨라이프가 손잡고 약 7년간 연구 끝에 'PNK 인공관절'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PNK 인공관절은 지난해 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험수가를 적용받았고 올해 1월 출시돼 임상현장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으며 수술 후 호평을 받고 있다.

PNK 인공관절의 주요 개발 콘셉트는 'preservation of normal knee kinematics(정상 무릎 운동학의 유지)'다. 정상 무릎의 운동학을 최대한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새로 개발된 PNK는 좌식생활 습관을 감안해 인공관절이 150도 고굴곡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인의 오랜 좌식문화는 국내 무릎관절염 환자를 괴롭혀온 주범이었다. 양반다리로 앉거나 쪼그려 앉는 좌식 습관이 오래되면 무릎 안쪽에 하중이 많이 걸리면서 체중이 안쪽으로 집중된다. 다리가 O자로 휜 다리는 고관절부터 발목으로 내려오는 체중선이 무릎 중심을 벗어나면서 안쪽 무릎으로 체중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관절에 지속적인 부담이 가해진다. 이는 연골 마모 속도를 가속시키면서 내측 관절염을 유발하게 되고, 내측 연골만 비정상적으로 닳게 되면서 O자 변형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이를 방치하면 무릎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말기 관절염으로 진행돼 결국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는 경우가 많다.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는 연세사랑병원은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며 한국인의 해부학적 특성을 연구해왔고 관련 임상논문을 SCI 국제학술지에 꾸준히 발표해왔다. PNK 인공관절은 환자 중심의 의료를 추구해온 연구 결과물이라고 개발 담당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연세사랑병원이 SCI 저널에 게재한 논문은 대퇴골 관상면 곡률 연구(1990명), 대퇴골 시상면 곡률 연구(1979명), 트로클리어 연구(975명), PCO 연구(975명), 대퇴골 회전축에 관한 연구(1522명), 티비아 슬롭 연구(511명), 티비아 로테이션 연구(977명), 티비아 시상면 곡률 연구(1976명) 등이다. 이들 연구를 통해 측정한 곡률 및 해부학적 데이터는 PNK 인공관절의 설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은 "많은 한국인의 인체 데이터를 측정해 직접적으로 인공관절 설계에 반영한 것은 PNK가 국내 최초"라며 "이렇게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인공관절을 개발해 외국산 제품에 의존하던 국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은 1·2·3세대로 나뉘는데 1·2세대 단점은 베어링의 전 사이즈 호환에 있다. 대퇴골과 경골 사이즈가 상이한 환자는 서로 다른 사이즈의 대퇴골과 경골 임플란트를 사용해야 한다. 이때 사이즈 조합별로 베어링을 만들면 베어링 개수가 많아지므로, 베어링 개수를 줄이기 위해 전 사이즈 호환을 택한 것이다. 베어링의 전 사이즈 호환을 가능하게 하면 조합에 따라 롤백(roll back)의 각도나 시상면의 적합성(conformity)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존슨앤드존슨(어튠), 짐머바이오메트(퍼소나)가 만든 3세대 인공관절은 베어링의 사이즈 호환을 줄이고 베어링 개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PNK의 베어링 종류는 12가지로 어튠(10종)과 퍼소나(11종)보다 많다. 따라서 새롭게 개발된 PNK 인공관절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서양인의 신체에까지 최적화돼 세계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능시험 결과에 따르면 PNK 인공관절의 마모율은 1·2세대 인공관절 대비 낮은 결과를 보였고, 3세대 인공관절인 존슨앤드존슨 어튠과 동등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전방 캠구조, 깊은 트로클리어 그루브, 후크 월 체결부 등의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후크 월 체결부는 세계 최초로 도입된 기술로, 국내 특허가 등록돼 있고 해외는 출원된 상태다.

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은 "새롭게 개발된 인공관절을 시술할 때 연세사랑 병원이 자체 개발한 환자 맞춤형 수술도구와 함께 이용하면 수술 시간이 단축되어 수술로 인한 출혈 위험을 낮추고 회복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티제이씨라이프 관계자는 "해외 제품의 점유율이 높은 국내 무릎 임플란트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이 있는 국내 제품이 출시된 것"이라면서 "PNK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준비 중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인공관절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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