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경험하는 '눈충혈'… 치료 안해도 괜찮을까
수면부족 등 원인은 다양
충혈은 대부분 사라지지만
2~3일 이상 지속·재발하면
반드시 안과서 검사받아야
눈 충혈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적이 있다. 불충분한 수면과 과음, 피로가 가중되면 종종 눈 충혈이 발생한다.
충혈은 평소 흰자위에 분포돼 있던 실핏줄(모세혈관)이 어떠한 자극 때문에 부은 현상을 말한다. 즉, 평소 미세하게 보이던 혈관이 확장되면서 눈동자가 빨갛게 보이는 것이다
충혈은 대부분 발생했다가 사라지지만, 정도가 심하고 자주 눈이 충혈된다면 안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조찬호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안과교수는 "일반적으로 충혈을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충혈이 잦고 정도가 심하다면 예상치 못한 안과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안구를 외부에서 바라볼 때 검은 눈동자를 '각막', 흰자위를 '결막'이라고 한다.
눈 충혈은 엄밀히 안구 바깥쪽의 '눈꺼풀 충혈'과 안구 표면의 '결막 충혈'로 분류할 수 있다. 눈꺼풀 충혈은 눈꺼풀 부종과 동반될 수 있으며 주로 알레르기, 봉와직염, 겉다래끼, 속다래끼, 외상, 벌레 물림, 수면 부족과 관계돼 나타날 수 있다.
결막 충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충혈이다. 결막 충혈에는 결막 혈관 출혈로 발생하는 '결막하 출혈' 및 감염성 질환, 염증성 질환, 콘택트렌즈 착용 등이 원인이 돼 일어나는 '결막 충혈'이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결막하 출혈은 결막 바로 아래에서 작은 혈관이 터질 때 발생한다. 피부에 비유하면 멍이 든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결막하 출혈은 특별한 증상 없이 발생하거나 안구 손상 없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재채기나 기침을 한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만약 결막이완증과 안구건조증이 심하거나, 항혈전제를 투여하고 있으면 결막하 출혈이 더 빈번하고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면서 "다행히 결막하 출혈 자체는 시력이나 안압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특별한 치료 없이도 2~3주 내에 자연 흡수되는 경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결막 충혈의 감염성 원인으로는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흔하며 급성 및 만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급성 결막염은 지속 기간이 3주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급성 결막염 중 80%는 바이러스성 결막염이며, 그중에서도 일반적으로 눈병으로 불리는 아데노바이러스 결막염이 90%를 차지한다. 결막의 바이러스 감염은 순차적으로 양안에 모두 나타나는 것이 전형적이며 심한 충혈, 눈 가려움증 및 결막의 분비물이 주요 증상이다.
주로 눈과 손의 접촉성 감염으로 발생하며, 전염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전파를 줄이려면 손을 깨끗이 해야 한다. 이 밖에 헤르페스바이러스나 대상포진바이러스도 결막염과 결막 충혈을 일으킬 수 있지만 접촉성 전염은 유발하지 않는다.
결막 충혈의 비감염성은 알레르기결막염, 안구건조증, 장기간 안약 사용, 수돗물, 화장품, 화학물질, 연기 및 오염물질 같은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물질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알레르기결막염은 계절성 및 통년성 알레르기결막염으로 구분되며, 아토피 각결막염, 봄철 각결막염, 거대유두결막염 등이 알레르기결막염 범주에 포함된다.
알레르기결막염은 주로 가려움증, 결막 부종, 결막 충혈을 유발한다. 각막 침범이 있으면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안구건조증 또한 만성 결막 충혈을 일으킬 수 있는데, 수분 결핍 안구건조증과 증발성 안구건조증 등 두 종류 모두 눈꺼풀과 결막 염증, 결막 충혈을 유발할 수 있다.
만성적인 안약 사용도 결막 충혈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안약 제제에 방부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며 안약 자체의 안구 표면에 대한 독성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장기간 녹내장 안약을 투여해야 하는 환자에게서 만성적 결막 충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무방부제 안약을 쓴다면 결막 충혈 빈도를 줄일 수 있다.
콘택트렌즈 착용과 관련해 렌즈 착용 후 각막의 저산소증, 콘택트렌즈의 안구 표면에 대한 기계적 마찰, 콘택트렌즈와 관련된 감염성 각막염 등도 결막 충혈을 보일 수 있다.
이 밖에도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결막 충혈, 예를 들어 세수 후 나타나는 충혈은 수돗물과 눈물의 산성도(pH) 차이로 알려져 있다. 과로나 피로 때문에 나타나는 충혈은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 발생한다.
그러나 결막 충혈은 비특이적 증상으로, 각막염이나 포도막염, 안내염 등 다른 염증성 질환과 관련돼 이차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세균, 진균, 바이러스 각막염 같은 감염성 각막염에 의한 결막 충혈, 공막염이나 포도막염과 동반된 결막 충혈, 안내염과 동반된 결막 충혈 등이 있다.
결막 충혈은 일반적으로 안과 진료 때 사용되는 세극등현미경으로 진단한다. 결막 충혈 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 시행된다. 단순한 결막하 출혈이나 일시적 충혈, 경증의 안구건조증은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가 증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때론 심각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조 교수는 "2~3일 넘게 결막 충혈이 지속되거나 자주 재발하는 경우, 결막 충혈과 함께 통증 또는 시력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가까운 안과에 가능한 한 빨리 방문해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혈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도 청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눈을 비비지 않고, 항상 손을 깨끗이 하며, 렌즈를 착용하는 경우 소독을 자주 하고, 눈 주위를 화장할 때 화장품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강승범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안과교수는 "실내가 건조하다면 식물을 키우거나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눈 건강을 위해 좋다"며 "간혹 안약을 과다 투약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약을 지나치게 쓰면 안약에 포함된 스테로이드제 성분 때문에 녹내장, 백내장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안약보다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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