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종양 색전술·캡슐내시경 … 마이크로의료로봇 진화 어디까지
초소형 로봇이 진단·치료
기술 개발로 실용화 성큼
간암 치료 시 종양으로 향하는 혈관을 막아 종양을 괴사시키는 색전시술법이 가장 많이 수행된다. 이때 색전물질을 목표 지점까지 옮기기 위해 혈관 내에 카테터를 삽입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혈관이 손상되거나 색전물질이 유실 혹은 역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길고 구불구불한 소장을 내시경으로 진단하려다 보면 장 깊숙한 곳까지 기구를 넣어야 해 마취 시간이 길어진다. 진단 과정에서 장에 구멍을 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시술 이후 내시경을 소독하고 보관하는 데에 비용이 소모되고 때때로 내시경을 통해 감염이 일어나기도 한다.
유선형 심박조율기는 심장에 고정된 기기 외에 신호 발생기와 전선까지 피부 안에 함께 삽입하는 방식으로 시술된다. 여러 부품을 삽입하다 보니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피부에 손상이 발생한다. 출혈이나 감염 위험도 있다.
위처럼 큰 기기를 체내에 삽입하거나 절개 수술을 진행하는 대신 초소형 의료 로봇이 몸속에서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이하 로봇연구원, 원장 박종오)이 14일 한국과학기자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마이크로의료로봇 실용화 공통기반기술개발센터사업' 성과교류회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다양한 마이크로의료로봇 기술들이 소개됐다.
마이크로의료로봇은 크게는 수㎝에서 작게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초소형 크기로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할 때 절개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과교류회에 참가한 최은표 로봇연구원 교수는 체외 자기장 발생 기기로 체내에 주입된 색전물질을 목표 지점으로 옮길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체내 색전물질의 위치를 확인하고 시각화하는 모듈이 함께 사용됐다. 실험용 쥐와 토끼를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색전물질을 목표 지점에 밀집시킬 수 있었고, 그 결과 대조군에 비해 종양 크기를 더 많이 감소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김자영 로봇연구원 박사는 영상진단과 장내 미생물 채취를 함께할 수 있는 캡슐내시경 기술을 소개했다. 자기장으로 돼지 위장에서 캡슐내시경을 이동시키며 미생물을 최대 6번까지 채취하는 시험이 진행됐다. 김 박사 연구팀은 위치 인식 모듈 등을 바탕으로 장내 캡슐의 이동을 3차원으로 시각화할 수 있었고 미생물 채취에도 성공했다. 이외에 강병전 로봇연구원 교수는 무선형 심박조율기를 돼지 심장에 삽입하고 체외 기기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연구를 수행했다.
위 연구는 '시작품 제작'에 해당하는 TRL(기술성숙도) 4~6에 해당한다. 로봇연구원 등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진행되는 5개년 사업을 통해 기술성숙도를 7~8단계로 높일 예정이다. 기술성숙도는 '원리 도출'부터 '제품 양산'까지를 1~9단계로 나누며 7~8단계는 전임상과 임상 단계에 해당한다. 해당 사업과 별개로 보건복지부와 광주시가 309억원을 들여 '마이크로의료로봇 개발지원센터'를 구축 중이기도 하다. 해당 센터는 올 하반기에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임상 및 상용화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박종오 원장은 "의료기기는 인체 절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기술성뿐 아니라 시장성도 반영하기 위해 의료기기 소비자인 의사들과도 협업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개발사업을 바탕으로 한국이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를 세계적으로 주도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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