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방산·수소 더한 소부장…甲보다 강한 乙만든다(종합)
정부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7대 분야 150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핵심전략기술에 우주, 방산, 수소 등 3개 분야를 추가해 10대 분야 200대 기술로 확대한다.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리고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소부장 특화단지를 통해 글로벌 소부장 생산기지로 발돋움한다. 이를 통해 갑(甲)보다 경쟁력있는 '슈퍼 을(乙)' 소부장 기업을 만들어 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 한 대일 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는 물론, 수출경쟁력 강화까지 두마리 토끼를 노리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정부는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 위원회'(소부장 경쟁력위)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소부장 글로벌화 전략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글로벌화 전략은 우리 소부장 산업이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대응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자립화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산업지형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소부장 정책 대상을 첨단미래산업으로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시장 선점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기존 소부장 분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기계·금속 △전기·전자 △기초화학 △바이오 등 7개였다. 7대 분야의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은 150가지였다. 정부는 여기에 우주, 방산, 수소 등 3대 분야를 추가하고 핵심전략기술도 200가지로 확대한다.
미래 소재, 초임계 소재 등 초고난도 소부장 기술을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소부장 알키미스트(Alchemist) 프로젝트'(가칭) 예비타당성사업을 추진한다.
생산 혁신을 위해선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상반기 중 신규 선정하고 소부장특화단지를 3분기 중 추가 지정한다. 국가전략산업, 소부장산업, 지역특화산업이 선순환하는 혁신주도형 국가산업지도를 형성해 첨단 소부장 산업의 글로벌 핵심 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소부장 100대 품목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21.9%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되기 직전년도인 2018년 32.8%에 비해 10.9%P(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제 소부장 업계의 대일 의존도는 18.3%에서 15%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 분야 핵심역량기술을 보유한 소부장 으뜸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기준 23조4117억원으로 2019년 11조422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이 2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소부장 기업의 체력이 질적으로 개선됐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 시장에 자리잡고 있는 자국산업 우선주의 흐름과 코로나 이후 공급망 재편 움직임으로 소부장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법(칩스법)·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으로 자국 내 생산기업을 지원하고 EU(유럽연합) 역시 핵심원자재법 도입으로 역내 생산 지원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G2 패권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 탄소중립을 위한 각종 친환경 규제 등이 뒤따르고 있다. 결국 우리 소부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안정적인 제조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곧 세계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게 정부가 이번 소부장 글로벌화 전략을 내놓은 배경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우리는 2001년 부품소재 특별법 제정과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이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 경쟁이라는 세 번째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그동안 축적한 자립화 역량과 기술력을 토대로 한 '글로벌 공급망 새판짜기를 우리 소부장 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한국과 일본 양국 공동의 이익이 되는 공급망 분야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3월 한일 정상회담으로 형성된 양국 관계 회복의 계기를 소부장 경쟁력 강화의 또 다른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도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복원되고 있는 한일 협력도 우리 소부장의 글로벌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며 "반도체, 배터리 등 양국 협력의 시너지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 첨단소재 공동 개발, 소재 DX 등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제3국 공동진출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정상회담,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 등에 맞춰 일본과 협력 강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
이를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글로벌 소부장 기업을 유치하는 등 한일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산업부는 지난달 한일정상회담 직전 9차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열어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규제 해제조치 등을 논의했다. 2020년 8차를 끝으로 중단됐던 수출관리 정책대화는 지난달 3년여 만에 열린 이후 이번달에도 두차례 진행됐다. 오는 5월초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선 한일 재무장관 회담도 갖는다.
양국 산업담당 부처간 대화와 이어 재무장관 회담까지 재개되면서 일본 소부장 제품이 우리 제조업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우리 소부장 업계가 일본 업계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2019년 이전까지 유지돼 온 양국간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대상국) 재지정 등 가시적인 관계 회복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를 전망이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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