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디지털 리터리시 교육, 필요는 한데 교육은 외면…교과 연계 필요

2023. 4.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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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439명 대상 설문조사
96%가 리터리시 교육 필요성 공감
"관련 수업 경험있다" 26.2% 그쳐

매킨지가 2021년 발간한 '미래 사회에 필요한 기본적 기술과 태도'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사회 핵심 역량으로 인지, 대인관계, 자기주도성, 디지털 등을 꼽았다. 디지털 역량 내 세부 사항은 디지털 능숙도·시민의식, SW활용·개발, 디지털 시스템 이해 등이 포함됐다.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미래 세대 역량으로 디지털 소양을 꼽은 것과 맥을 같이한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은 디지털 소양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다. 공교육 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현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에듀플러스는 4월 7일부터 9일까지 초·중학교 학부모 439명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답변이다. 응답자 96.1%가 청소년에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로는 △디지털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70.3%)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정보 습득·활용(15.1%) △디지털은 미래세대 언어(9.3%) 등 순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학부모가 디지털 소양 필요성과 교육이 시대적 과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삶의 필수 역량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취업, 임금 차이까지 가져올 수 있는 요소라고 내다보는 견해도 있다. 현재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맞춰 주요 교과 교육과정 학습과 연계한 교수학습자료를 개발·보급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교육부는 초·중등 정보 교과 시수 2배 확대와 더불어 △디지털 소양 함양을 위한 학교급별 내용 체계 마련 △디지털 내용 체계에 따른 교과연계 교수학습 예시자료 개발 △교과연계 교수학습 예시자료 기반 핵심교원 양성 연수 등을 추진한다.

◇PISA 읽기 평가, 사실·의견 구분 능력 평균 이하

현재 교육과정과 연계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디지털교육정책본부 수석연구위원은 “SW교육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도입되면서 기본적인 디지털 기술 이해와 활용 교육이 축소됐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있다”며 “그 결과 OECD 디지털 문해력 결과가 참담하게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Programmes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읽기 평가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독해력은 평균 이상이었지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은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현황 및 발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은 읽기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

박영민 연구위원은 “PISA 결과를 보면 한국 청소년은 자료 신뢰도를 판단하는 능력과 사실·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이 모두 부족하다”며 “정부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범교과 학습주제 10개 안에도 속하지 못하는 등 도외시 된다. 교육부는 입시에 부담으로 작용할까봐 교육과정 도입을 꺼린다. 교육부 관계자는 “범교과 학습 주제를 더 늘리면 학생들 학습량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기준으로 교육청에서 인정한 중학교 교과서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전국에서 36개교에 불과하며 이들 학교는 모두 부산 소재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입시 과목에 포함되지 않는 이상 확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 리터러시, 경험 부재…학부모 교육 받아야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교과서가 나와도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과서 편집에 참여한 한 인사는 “디지털 리터러시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부가 교과서 제작을 지원하고 있지만 홍보 미흡 등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과서의 존재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는 교과서는 결국은 형식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실 현장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체감도 낮은 편이다. 이지은 왕길초 교사는 “학생들 가운데 코딩 공부를 하고 컴퓨터 자격증을 따는 경우는 많지만 체계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 학생은 거의 없다”면서 “초등학교 교육 과정 내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와 관련한 내용은 창의체육 교과 등에 간단하게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에듀플러스 설문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필요성에 대해 많은 학부모가 공감했지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자녀에게 시킨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6.2%에 불과했다.

66.1%는 자녀에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시킨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고, 7.7%는 자녀 교육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이 없는 이유로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잘 모름(59.8%) △입시와 관계성이 떨어짐(27.5%) △교육 분야에서 긴급한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함(10.5%) 등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리터러시 범국민 운동·문화 확산 필요

앞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대다수 교사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따로 하기보다 현행 교과 내에서 어떻게 디지털 리터러시를 연계해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사 연수 확대도 반드시 필요하다. 공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맡아야 하는 교사도 관련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진숙 수석연구위원은 “디지털 리터러시는 어느 한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올바른 디지털 소양 함양을 위한 범국민 운동과 문화로 확대 돼야 한다”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체계를 지속적 연구하면서 대상별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측정 도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송은 에듀플러스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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