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8월까지 4개월 연장…민생은 안도, 세수는 휘청
기재부 “서민경제 부담 최우선 고려”
휘발유 25%·경유 37% 인하 8월까지
20兆가량 세수 부족 우려는 더 커져
정부가 민생 부담을 고려해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오는 8월 말까지 4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여전한 고(高)물가에 국제유가마저 다시 상승해 근심이 깊어지던 국민으로선 한시름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재정 당국 입장에서는 수조원 넘는 세금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올해 세수 ‘펑크’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휘발유 25%·경유 37% 인하 8월까지 연장
기획재정부는 18일 “2023년 4월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국민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2023년 8월 31일까지 4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기재부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서민 경제의 부담 완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하루 40km 주행(연비 리터당 10km) 가정 시 월간 약 2만5000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흐름에 맞춰 인하 폭을 20%에서 최대 37%까지 조정해왔다. 현재 인하율은 휘발유 25%, 경유·LPG부탄 37%다. 이에 따라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820원(인하 전)에서 615원(25% 적용)으로 205원, 경유 유류세는 581원(인하 전)에서 369원(37% 적용)으로 212원 낮아진 상태다.
그간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두고 고심해왔다. 부동산 경기와 주식시장 위축으로 올해 세수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경기 둔화와 고물가에 신음하는 민생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긴 하나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를 여전히 두 배 이상 웃돌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4.8%로 계속 고공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5월부터 하루 116만배럴 규모의 추가 감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OPEC+의 예기치 못한 결정에 국제유가는 8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미국 에너지 투자사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는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보다 배럴당 10달러가량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도 이를 감안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당분간 지속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OPEC+의 원유 감산 발표 이후 국내 유류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국민의 유류비 부담 경감이 지속해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25일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4개월 연장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 더 커진 세수 펑크 리스크
나라곳간 측면에서는 이번 조치가 달가울 수 없다. 가뜩이나 우려가 커진 세수 구멍을 더 크게 만드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작년에만 5조5000억원 정도의 세수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9월부터 유류세를 정상화한다고 해도 올해의 3분의 2가 지난 시점인 만큼 세수 감소분은 수조원에 이를 수밖에 없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3년 들어 2월까지 국세 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이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세수는 380조2000억원이 된다. 기재부가 올해 세출 예산을 편성하면서 추정한 세입 전망치 400조5000억원보다 20조원 이상 부족한 규모다.
올해 세수 펑크는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달 7월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정부 예상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인정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도 “세수 상황이 올해 내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세수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았는데도 작년 말과 올해 1분기에 부동산 경기, 주식시장 등이 빠르게 위축해 관련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덜 걷히고 있다”면서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여기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8월 이후에는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거나 곧장 중단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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