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61〉당신에게 목적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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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目的)과 목표(目標). 하나는 눈 목 자에 과녁 적 자를 쓰고 다른 하나는 목 자에 표할 표 자를 썼다.
목적은 '이루려 하는 일' 또는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이라고 풀이하지만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실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목적과 목표다.
누군가는 혁신에 목적과 목표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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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目的)과 목표(目標). 하나는 눈 목 자에 과녁 적 자를 쓰고 다른 하나는 목 자에 표할 표 자를 썼다. 이렇게만 보면 뭐가 그리 다른가 싶지만 뜻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목적은 '이루려 하는 일' 또는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이라고 풀이하지만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실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 한다.
한자로 풀면 적(的) 자는 원래 '선명하다'란 뜻에서 훗날 '과녁'이란 의미가 되었다면 표(標)는 나무 끝에 불똥이 다다른 모양새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 굳이 짜맞춰 보면 목적이 저기 해가 환히 비치는 어딘가라 한다면 목표는 거기 있다는 어느 나무 등걸인 셈이다.
혁신에는 비슷한 듯 다른 개념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목적과 목표다. 물론 이걸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고 큰일 날 것도 없지만 종종 이것 없이 당신의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없다. 아니 성공했으면서도 성공이 아닌 뭔가에 종착하기 십상이다. 여기 실패이되 실패가 아닌 반증이 있다.
1957년 1월 4명의 저명한 건축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만장일치로 제안 하나를 선택한다. 무려 230대 1의 경쟁률은 뚫고 선정된 것은 덴마크 건축가 예른 웃손의 디자인이었다. “가장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제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그저 그만이었다. 이 멋진 디자인 구현에 드는 예상 비용은 800만달러, 건설에 4년이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엔지니어들은 이 디자인을 구현할 방법에 대해 종잡을 수 없었다. 첫 착공 기한을 놓친 뒤 제대로 일정을 맞춘 적이 없었다. 예산도 종적을 알 수 없이 늘어 갔다. 결국 완공까지는 예정보다 10년이 더 걸렸고, 예산은 무려 13배나 초과했다. 9500만달러의 초과 비용은 공공복권 수입으로 메워야 했고, 1973년 10월에야 겨우 개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처참한 기록과 달리 이곳은 지금 매년 11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 도시 및 국가의 상징물이 되었다. 바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라 불리는 건축물이다.
이제 다시 생각해 보자 이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일까. 분명 그럴 리 없다. 그럼 도대체 이 프로젝트는 왜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일까. 웃손의 디자인이 선택되기 3년 전인 1954년 뉴사우스웨일스 주총리 조지프 카힐은 시드니를 문화의 장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만일 공연과 예술이 현대 문명사회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시드니는 자신의 재능과 창의성을 선보일 수 있는 그런 시설을 가질 만하다고 보았다. 그러니 이곳의 목적은 '더 나은 커뮤니티의 거푸집'을 만드는 데 있었던 셈이었다.
물론 과정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프로젝트의 구체화된 목표 가운데 달성된 것이라곤 거의 없었다. 프로젝트 관리 입장에선 그야말로 대참사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은 성공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는 혁신에 목적과 목표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목표는 모든 프로젝트의 성공에 중요하지만 목적은 목표가 중요한 이유이고, 목표는 목적 없이 지향점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흰 조개껍데기, 다른 누군가에게는 요트의 흰 닻을 연상시키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성공 원인이 '지연과 어려움 속에서도 목적은 변함없이 유지된 데' 있다고 한다.
사실 많은 혁신은 실패한다. 그러나 성공했다고 치부하는 성공한 적 없는 성공이 더 큰 실패인 셈이었다. 시드니항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흰색 조가비 대신 번쩍이는 유리 건물이 서 있음을 한번 상상해 보라.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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