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2023년 IT산업 노동시장 유연화 첫발을 떼야

2023. 4.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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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대학 졸업 후 4년 정도 근무한 직원이 얼마 전 이직 인터뷰를 요청했다. “회사는 너무 좋다. 하고 있는 업무도 복지도 모두 만족한다. 하지만 한 회사에 너무 오래 다녔다고 생각한다. 다른 회사 분위기도 익히고 싶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싶다.”

옳은 말이다. 한 회사에서 정해진 업무만 한다는 것은 개인의 발전을 위해 좋을 것이 없다.

젊은 정보기술(IT) 개발자들은 중소·중견 기업을 '대기업 취업을 위한 디딤돌'이나 '개인의 커리어 패스 가운데 성장하는 곳' 정도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틀리지 않은 생각이다. 개인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직장을 이용하는 것이 뭐가 나쁘랴.

이미 IT 개발자 직군의 경우 이미 '평생직장'이라는 콘셉트는 없다. 직장을 다니는 모든 이에게 지금 다니는 직장보다 성장 기회가 더 있으며 더 높은 급여를 보장한다면 '이직'이라는 카드를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환경과 현실은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동법은 아직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회사가 경쟁력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얼마 전 트위터는 40% 감축, 루시드라는 전기차 회사는 18%의 인력을 각각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당장 급여를 주지 못할 만큼 어려워서가 아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의 예상과 경영 판단에서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회사들은 위기와 기회에 강하다. 경기가 좋으면 과감하게 인력을 뽑고 경기가 어려우면 과감하게 인력을 감축한다.

인력들은 개인의 커리어패스와 능력을 우선으로 직장생활을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앞으로 예상이 또는 향후 몇 분기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경영상의 판단으로 인력을 인위적으로 줄일 방법은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회사 전체 분위기에 대한 나쁜 소문이 나돌면 뛰어난 직원들이 먼저 큰 회사나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한다.

이렇기 때문에 어려운 회사의 상황을 솔직하게 알려 해결하는 것보다는 외부투자, 새로운 사업기회를 기다리다가 더 큰 실패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IT산업의 경우 소수의 뛰어난 인력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더욱 도드라진다. 따라서 IT산업에서만이라도 성과가 높은 인력 중심으로 회사가 더욱 성장할 기회를 노동법령과 규칙이 제공해야 한다.

산업·규모·직군에 따라 해고 유연성을 우선 적용하자. 물론 모든 직종에 해고의 자유를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글쓴이도 알고 있다. 특히 단순 생산직과 같이 사용자와 같은 수준의 선택 권한이 없을 경우에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개인의 발전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정 산업군과 규모, 특정 직군 대상으로 노동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작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첫째 대상은 현재 타 산업 대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매우 높은 IT산업이라고 생각한다. IT산업 및 IT 개발자 직군의 경우에는 부작용도 덜 하다. 오늘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더라도 시장 수요는 여전히 많다. 해고라는 카드를 쓰더라도 다른 직군에 비해 개인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타 직군에 비해 약하다.

물론 이러한 유연성의 핵심인 해고를 하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게 지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고용보험료와 같은 사회적 안전장치에 기여를 더 많이 하는 기업에 기회를 주어야 하고, 노동권을 확실히 보호하면서도 노사 협약을 통해 노동 제도를 유연하게 다룰 수 있는 규정의 틀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 다르면 국가경쟁력 순위가 13위인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순위는 경직된 노동환경에 따라 51위다. WEF 조사대상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 중 34위에 해당한다. OECD 국가 중에서는 여러가지 정치 상황이 복잡한 터키(99위)와 그리스(133위)만 한국 아래 있고, WEF 조사대상 141개국 중에서는 파키스탄(96위), 이집트(98위)와 비슷한 위치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 복잡한 방정식을 한 번에 풀 방법은 없을 것이다. 기업가도, 노동을 제공하는 직원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한발 한발 앞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james@i-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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