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전쟁이 일상이 된 우크라이나

조인원 기자 2023. 4. 18. 1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군사진가 김상훈의 우크라이나 사진들
발전 시설 폭격으로 전기 공급이 부족한 키이우는 매일 단전, 단수가 반복된다. 남편이 군복무 중인 나탈리의 가족들은 매주 목요일 밤 카드놀이를 하는데 놀이 도중에 갑자기 정전이 되자 익숙한 일인지 충전식 LED 등과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카드놀이를 이어갔다.우크라이나 키이우 .2023. 2. / 김상훈 사진가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다니며 사진을 찍어온 다큐사진가 김상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이 된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격전지인 돈바스 지역, 이르핀, 부차, 호스토멜 등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사진을 가지고 서울 종로구 류가헌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16일 오후 기자는 전시장을 둘러본 후 사진가와 만나 다녀온 소감을 물었다. 사진가는 그동안 다닌 팔레스타인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중동 지역과 다르게 전쟁 상황을 주민들이 운명처럼 받아 들이며 담담하게 생활하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가령, 그가 자주 다녀본 레바논이나 팔레스타인이었다면 적군에 대한 분노와 집단의 감정이 들끓고 부서진 주변 시설을 그대로 두었을 텐데, 우크라이나에선 부서진 다리를 고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차량 무덤이라 불리는 부차의 한 공터에 전쟁 초기 부차 인근에서 전쟁에 휘말려 파괴된 차량들이 쌓여있다.우크라이나 부차. 2023. 1. / 김상훈 사진가

김상훈이 사진을 찍으며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한 순간에 남편과 아이들, 딸과 예비 사위, 그리고 어머니까지 잃고 혼자 살아남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나의 소원은 가족들 곁으로 가는 것이다. 가족들이 그들 곁으로 나를 데려가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나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을, 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지는 순간에도 우리를 지키려 했던 군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살아남은 한 우크라이나 여인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2023년 1월. / 김상훈 사진가

우크라이나군 공군기지가 있는 호스토멜의 한 소년은 전쟁이 시작되고, 총성과 폭음, 길에 널려 있는 시신들을 보면서 지하 창고에서 나오지 않았다.

사실 김상훈의 직업은 다큐사진가이기에 앞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멀티디자인학과 교수다. 학기 중엔 학생들에게 디자인과 사진을 가르치고, 방학이면 비행기를 타고 위험한 분쟁지역으로 날아가 먹고 자면서 다큐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다.

포격이 끝난 후에도 지하 창고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소년. 우크라이나 호스토멜. 2023. 1/ 김상훈 사진가

하지만 그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지역 취재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 국가 취재 보도를 ‘허가제’로 통제하기 때문에 심사와 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신속한 취재가 어렵고 장소와 기간, 인원까지 제한해서 자유로운 심층 취재를 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외국의 경우 대사관이 전쟁 지역에서 취재하는 자국 기자들에게 전황 정보를 주는 등 안전 보장을 위해 소통을 하는 반면, 우리는 취재를 원천 봉쇄하는 방식으로 안전에만 우선을 둔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부서진 호스토멜의 한 주택 주인이 파괴 전 찍어놓은 주택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기지가 있는 호스토멜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요 격전지 중 한 곳이었다. 우크라이나 호스토멜. 2023. 2. / 김상훈 사진가

이렇게 위험한 현장을 찾아 다니는 이유를 물으니 사진가는 “이 시대의 크고 작은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사진가의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업 사진가가 아니어서 평소에는 못간다. 대신에 전쟁은 역사의 큰 분기점이 되기 때문에 좀 위험해도 직접 찾아가 기록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