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전쟁이 일상이 된 우크라이나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다니며 사진을 찍어온 다큐사진가 김상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이 된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격전지인 돈바스 지역, 이르핀, 부차, 호스토멜 등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사진을 가지고 서울 종로구 류가헌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16일 오후 기자는 전시장을 둘러본 후 사진가와 만나 다녀온 소감을 물었다. 사진가는 그동안 다닌 팔레스타인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중동 지역과 다르게 전쟁 상황을 주민들이 운명처럼 받아 들이며 담담하게 생활하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가령, 그가 자주 다녀본 레바논이나 팔레스타인이었다면 적군에 대한 분노와 집단의 감정이 들끓고 부서진 주변 시설을 그대로 두었을 텐데, 우크라이나에선 부서진 다리를 고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김상훈이 사진을 찍으며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한 순간에 남편과 아이들, 딸과 예비 사위, 그리고 어머니까지 잃고 혼자 살아남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나의 소원은 가족들 곁으로 가는 것이다. 가족들이 그들 곁으로 나를 데려가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나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을, 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지는 순간에도 우리를 지키려 했던 군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공군기지가 있는 호스토멜의 한 소년은 전쟁이 시작되고, 총성과 폭음, 길에 널려 있는 시신들을 보면서 지하 창고에서 나오지 않았다.
사실 김상훈의 직업은 다큐사진가이기에 앞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멀티디자인학과 교수다. 학기 중엔 학생들에게 디자인과 사진을 가르치고, 방학이면 비행기를 타고 위험한 분쟁지역으로 날아가 먹고 자면서 다큐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지역 취재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 국가 취재 보도를 ‘허가제’로 통제하기 때문에 심사와 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신속한 취재가 어렵고 장소와 기간, 인원까지 제한해서 자유로운 심층 취재를 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외국의 경우 대사관이 전쟁 지역에서 취재하는 자국 기자들에게 전황 정보를 주는 등 안전 보장을 위해 소통을 하는 반면, 우리는 취재를 원천 봉쇄하는 방식으로 안전에만 우선을 둔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한 현장을 찾아 다니는 이유를 물으니 사진가는 “이 시대의 크고 작은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사진가의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업 사진가가 아니어서 평소에는 못간다. 대신에 전쟁은 역사의 큰 분기점이 되기 때문에 좀 위험해도 직접 찾아가 기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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