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다 죽어”…‘할인·중도금 유예’ 미분양 털기에 난리난 전국
서울 수요쏠림 심화로
지방 미분양 해소 난항
최근에는 ‘중도금 유예’는 물론, 분양가 할인 등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다양한 고육책이 쏟아지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 총 7만5438가구다. 이 가운데 83.4%에 달하는 6만2897가구가 지방에 산적해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자금의 서울 쏠림이 심화되고 있어 지방 미분양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우려가 나온다.
시장이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자 지방 곳곳에서는 할인 분양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는 17~25% 할인 분양과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정액제, 기존 분양자 할인 적용 등에 나섰다.
달서구 두류동 ‘두류역서한포레스트’는 기존 분양가에서 15% 할인 분양, 수성구 범어동 ‘범어자이’는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등을 내세워 입주 전까지 추가 자금 부담이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북구 칠성동2가 ‘대구역 SD아이프라임’ 오피스텔은 최대 20% 할인 분양 중이다.
대전 동구 삼성동 대전역 e편한세상 센텀비스타는 통상 분양가의 60%인 중도금 비율을 20%까지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대출이 어렵거나 까다로운 이들을 위해 계약금 10%와 1차 중도금의 2%만 납부하면 나머지 금액은 입주시까지 연체료 없이 유예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구 수성구 파동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도 중도금 비율을 당초 60%에서 40%로 낮추고 나머지 20%는 잔금 때 받기로 했다. 중도금 이자 후불제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시지 라온프라이빗’은 분양가 대비 10%인 최대 7000만원까지 입주지원금은 물론 잔금 납부 유예, 중도금 무이자, 시스템에어컨 무상 시공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수도권 외곽에서도 파격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경기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 아파텔은 미분양 발생에 계약자에게 최대 2억원까지 할인 분양하기로 했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도 선착순 분양에서 1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 중이다.
수도권 대단지에서 할인 분양을 진행하는 것은 약 10년 만이다. 인천 연수구 ‘더퍼스트시티 송도’ 아파트는 최근 시행사 보유분에 대한 할인 분양을 공고했다.
인천시 동구 송림동 ‘인천 두산위브 더센트럴’은 현재 초기 계약금 5%만 내면 잔금 때까지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 중도금은 전액 대출이 가능하고 중도금 이자도 후불제 방식을 활용해 잔금 때 납부하면 된다.
여기에 당초 분양대금의 10%였던 계약금을 5%로 인하함에 따라 최소 1000만원대의 금액만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단지는 작년 7월 청약 당시 총 487가구 공급에 725명이 접수해 1.4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84㎡ 2개 타입을 제외한 모든 면적이 미달되는 등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이러한 혜택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주거용 오피스텔 ‘SJ라벨라’는 준공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지 않자 최초 분양가에서 30% 할인에 나섰다. 토지비와 건축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원가 이하로 분양하는 것이라는게 분양 업계자의 설명이다.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최대 35% 할인 분양을 진행 중이다. 이 단지는 총 216가구 규모인데 수차례에 걸친 무순위 청약에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하자 지난해 말 15% 할인 분양을 시작했다. 그런데 15% 할인 분양에도 소진되지 않자 추가 할인에 나섰다.
이 단지는 지난 11일 실시한 9번째 무순위 청약에서도 일부 평형이 미달됐다. 전용 19㎡A는 15가구 모집에 14명이 접수했고, 전용 20㎡A와 20㎡B는 각각 2가구, 3가구를 모집했지만,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는 24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일정에 들어가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엘리프 미아역’은 당초 계약금 10%, 중도금 20%, 잔금 70%가 계약조건이었지만 현재는 계약금 10%와 중도금 2%만 먼저내면 중도금 18%와 잔금 70% 등 88%는 입주 때 낼 수 있도록 조율을 해주고 있다.
당분간 지방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 마케팅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미분양 해결과 관련해 건설사들의 자구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사 등 사업주의 입장에서 수분양자에게 중도금을 받지 않은 상태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도금을 유예하게 되면 사업주가 분양 대금 없이 자기 자본을 투입하거나 금융권을 통해 공사 자금을 더 조달해서 사업을 마무리 지어야한다.
한 업계관계자는 “건설사 등 일부 주체가 미분양 리스크를 모두 떠안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시행사, 건설사, 금융권 등 각 주체의 책임 분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건설·시행사의 분양미수금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요 건설·시행사의 ‘분양미수금’이 최고 6배 가량 치솟았고, 악성 미분양인 ‘준공후 미분양(완성주택)’ 재고로 잡은 자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중 미분양 10만가구를 웃돌 것이란 관측까지 나와 건설·시행사들의 재무구조 악화 우려감은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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