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시대, 타인의 난자로 아이를 가지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2023. 4.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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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A 부부는 결혼 후 10년 동안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병원을 다니며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가능한 방법을 다 해봤습니다. 그러나 거듭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아기를 원하는 부부의 심정을 헤아린 주치의는 난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시도해 볼 것을 권했습니다. 기증받은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된 배아는 아내의 자궁에 기적처럼 착상했습니다. 아기의 유전자 절반은 타인의 것이지만 아내는 자신의 자궁에서 삶을 시작한 첫 아이를 진짜 자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아기를 품고 출산하는 과정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남편도 아이를 원했고요. 평범한 소망이 우리 부부에게는 절실한 꿈이었고, 의학의 도움을 받아 꿈을 이룬 겁니다."

30대 B 부부는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혼했습니다. 아내가 선천성 질병을 앓고 있어 조기 폐경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B부부의 인생에 아이는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주치의로부터 난자를 기증받으면 임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수 없겠지만 자신의 뱃속에 품을 수 있다면, 자신과 교감을 할 수 있고, 그렇다면 자신의 자식이라며 그런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남편도 동의했습니다. 다른 부부와 똑같이 아이를 갖고 싶은 소망이 생겼고, 이 소망에 난자 기증이라는 절차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B 부부는 최근 난자 기증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유럽과 달리 국내에는 난자 기증 시스템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상황인데? - 난임 치료의 현실은


난임 치료 환자는 2021년 기준 14만 4천 명, 최근 5년 새 11.5배 늘었습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는데, 난임 치료를 받는다는 건 임신을 원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역대 최저 출산율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기존 난임 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난임 지원비를 받을 수 있는 여성의 연령을 45세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기존 난임 시술의 성공률은 매우 낮아집니다. 대한보조생식학회에 따르면 44세 이상의 여성에게서 인공 수정 성공률은 1%, 체외 수정 성공률도 5% 미만입니다. 난임 지원 연령을 높이는 조치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얘깁니다.

난자 기증 임신은 이보다 성공률이 2배 넘게 높습니다. 이정호 대한보조생식학회 회장은 임신에 불리한 조건들이 난자 공여에서는 모두 배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난자 기증 임신은 성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학계에서 난자 기증 임신을 화두에 올린 이유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 난자 기증이 유독 어려운 이유

기증에 관한 특별한 시스템이 없기는 정자와 난자 둘 다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정자 기증받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난자는 매우 어렵습니다. 정자는 기증 절차가 간편하지만 난자는 매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럽처럼 적극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난자 기증은 활성화될 수 없습니다.

난자 기증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친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정자와 난자를 기증한 사람이 누구에게 기증했는지 모르고, 받은 사람도 누구 것을 받았는지 모르고 산다면 아이의 친권 분쟁은 평생 없을 것입니다. 정자는 이것이 현재 가능합니다.

그런데 난자는 기증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보니 대부분 가까운 가족에게서 기증을 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난자 기증 임신이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불편해하실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제대로 공론화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한 걸음 더 - 공론화 필요한 이슈들

몇 년 전 한국인 불임 부부 2쌍이 인도인 대리모를 소개받아 네팔에서 아기를 출산한 사실이 기사화된 적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리모 출생이 불법이다 보니 대리모를 합법화한 미국이나 동남아 국가로 원정 출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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