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전세사기? 누구나 당할 수 있어…특별법 만들어달라"
“너희는 재산 증식, 우리는 보금자리.
당신들에겐 기회겠지만 우리들에게는 삶의 꿈”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 앞에 붙어있는 문구입니다.
최근 두 달 사이 전세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가 인천에서만 3명이 나왔습니다. 숨진 피해자들은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 실패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 전세사기 피해자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가서 기자회견 열어
오늘(18일) 종교·노동·주거·복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시민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로 인한 세입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가운데, 급기야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 피해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라며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위험한 전세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어 올 하반기부터 임차인이 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깡통전세가 더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 전세사기 피해자들 "누구나 당할 수 있다" 눈물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미추홀구 일대에 나홀로 아파트, 빌라 등을 전세사기 일당이 모두 소유하고 근저당을 설정한 채 매매가와 전세가 시세를 조작했다”라며 “임대인과 중개인, 관리업체까지 모두 짜고 속인 범죄에 피해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미추홀구만의 피해가 아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문제”라며 “피해는 전국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들 여러 명이 죽어 나갔다. 이것이 재난이 아니고 무엇인가. 현행법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지원책들은 피해자들에게 쓸 수 없다.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다 날렸는데 어떻게 전세를 또 들어가나”라며 “공공임대도 턱없이 부족하다. 임차인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모두가 당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자”라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강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그간 정부가 대책 발표를 몇 차례 하긴 했지만 모두 세입자가 더 빚을 져서 스스로 해결하라는 식”이었다며 “이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해결 유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법원의 경매 공매 진행을 즉시 유예해야 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와 닿는 실질적이고 개별적인 피해 구제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전세피해 임차인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논의하여 통과시켜달라”고 말했습니다.
■ "특별법으로 공공매입, 피해구제 필요"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공공매입과 피해구제 등) △전셋값(보증금) 규제 위한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 주요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특별법을 통한 피해 구제책이 마련될 때까지 피해자들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는 경·공매 중지와 퇴거 중단 등을 긴급히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JTBC와의 통화에서 그는 “이러한 피해를 줄이려면 먼저 임대인과 임차인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전세제도는 민간 의존도가 높아 정보가 불투명하다. 임대인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황인데, 임차인 입장에선 굉장히 불안한 제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밖에도 전세금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보안이 필요하다”라며 “최근 전세사기와 같이 범죄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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