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돌려준다더니…'인천 건축왕', 3명 숨질 동안 뭐했나

정세진 기자 2023. 4. 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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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일명 '건축왕' A씨(62)가 2021년 법원에 제출했던 채무 변제 계획이 전혀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정부와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에 대한 선 보상 후 A씨가 운영하는 건설사에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회수하는 방안이 가장 빠르고 피해회복에 효과적인 것으로 본다"며 "A씨가 오늘 오전 해당 내용을 요청하는 공문을 인천시와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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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30대)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2시 12분쯤 이 아파트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숨졌다. A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로 아파트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앞서 인천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뉴스1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일명 '건축왕' A씨(62)가 2021년 법원에 제출했던 채무 변제 계획이 전혀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법원은 피해회복을 약속한 A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18일 오후 A씨의 법률대리인은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당시 A씨가 제출한 정상화 계획이 하나도 실행되지 않아 최근에 A씨가 구속된 것"이라며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무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하루 아침에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에 대한 선 보상 후 A씨가 운영하는 건설사에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회수하는 방안이 가장 빠르고 피해회복에 효과적인 것으로 본다"며 "A씨가 오늘 오전 해당 내용을 요청하는 공문을 인천시와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A씨와 그가 운영하는 건설사가 현재 8000억원 규모의 적극재산(물권, 채권, 물건 등 재산)이 있고 6000억원 규모의 빚이 있다"며 "자금 동맥경화 때문에 자금이 막혀 있어서 불행한 사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채권을 매입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A씨 등은 최근 사기, 부동산실명법위반, 공인중개사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2021년 12월 말 인천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때 재판부에 A4 용지 1장 분량 '정상화 해결 대책' 서류를 제출했다. 당시 A씨는 사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서류에 "본 재판까지 시간을 주면 세입자들 서민들에게 전혀 피해가 없도록 정상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적었다. A씨가 거론한 '피해'는 그가 상환하지 못한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말한다. A씨는 재판부에 낸 서류에 "모두 제 탓"이라며 "직원들은 제 지시에 따른 것으로 다 제 책임"이라고 썼다.

A씨는 채무 변제 수단으로 △미분양 매물 분양 수익금 △T모 신축 아파트 분양 수익금 △비수도권 개발 사업에 투입한 토지 매각 대금을 적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심적·물적 피해와 고통을 당한 세입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구제책은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김병렬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부위원장도 "A씨가 약속한 어떤 정상화 대책도 실현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지검 형사5부(박성민 부장검사)는 지난달 15일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씨(62)를 구속 기소하고 공인중개사 B씨(46) 등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자신이 실보유 중인 주택대상으로 세입자 총 161명과 전세계약을 체결해 보증금 125억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A씨 실 보유 주택을 총 359차례에 걸쳐 세입자들에게 직접 임대하기도 했다.

이들은 A씨가 실보유 중인 주택이 대출이자 연체로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 반환이나 임차기간을 보장할 수 없음에도 피해자를 속이고 전세계약을 체결해 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지난 6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수도권 전철 1호선 주안역 앞에서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에게 피해를 입어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남성의 추모제를 열고 있다. 주안역을 통해 퇴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춰 이 남성의 넋을 기렸다. /사진=뉴시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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